
[극장 앞에서 만나] 문소리 감독 , 손수현 감독 여배우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드레스, 레드카펫, 도도함, 풀메이크업, 예쁨, 젊음? 이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여배우’라는 단어가 주는 틀을 깨부수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두 영화 속 여성 배우들은 납작한 ‘여배우’가 아니다. 단단하고 부딪히는 여성 연기노동자이다. ▲ 손수현 감독, 주연의 (2010) 중에서 연기 노동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연기의 노동성을 가볍게 여긴다. 연기도 엄연한 기술의 한 종류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영화 스태프에는 기술팀이라고 불리는 팀들이 있다. 주로 남성들이 많이 종사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루는 촬영팀, 조명팀, 음향팀, 그립팀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연출팀, 제작팀, 미술팀, 분장팀은 기술이 없는..
나는 촬영장에서 비건 메뉴를 요구할 수 있을까? 배우 손수현② 나는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많은 프리랜서가 그렇듯 나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시시각각 바뀌는 일터에서 일한다. 비건(vegan, 식물성 음식만 먹으며 동물을 희생시켜 얻은 의류나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등도 사용하지 않음)을 지향하고 난 뒤, 나는 사람들과 만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합의해야 할 사항이 한 가지 더 추가되고 말았다. ‘오늘 뭐 먹지?’ 촬영 현장에 오는 밥차에는 보통 육류가 거의 주식으로 나오고 도시락을 먹으려 해도 거의 모든 반찬이 육류로 만들어진다. 중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먹을 수 있는 것은 더 줄어든다. 보통 지정된 밥집에서 밥을 먹게 되는데 비건 식당일 리 없다. 그렇게 되면 한정된 메뉴에서 논-비건인 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