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 월드’에서 길 잃은 소녀들의 욕구비어있던 시간에 이름 붙여준 소설/연극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건 다 뭐였을까?” 그러게, 그건 다 뭐였을까? 14살의, 17살의 내가 좋아했던 언니들, 아침 등굣길 그들과 수줍게 주고받던 편지들, 모든 사랑 노래가 날 위한 노래 같던 순간들, 친구들과 돌려보던 팬픽들, 때때로 별 이유 없이 어긋나고 흔들리던 감정들. 그리고 상처받고 외로웠던 나. 지난여름 어느 날 소설 『항구의 사랑』(김세희 작, 민음사)을 단번에 읽어내린 후, 도저히 정의할 수 없었던 나와 너, 우리가 머물렀던 공간과 시간이 내 앞에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올여름을 앞둔 4월의 어느 날 연극 (강윤지 각색, 연출)을 본 후, 밀려드는 기억의 조각조각들이 또 한 번 날 ..
연애하면서 ‘탈(脫)연애 선언’을 한다고?탈연애선언 좌담회 “정상연애 탈주하기” 이야기 독자들에게 TMI(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전할 때 쓰는 용어)를 털어놓자면, ‘다시’ 연애를 시작했다. 다시라는 말을 강조한 이유는 이 연애가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결국 또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말았다’는 여러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치 않은 연애를 시작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망한 연애’를 여럿 거쳤다. 하지만 그 망한 연애들 사이에서 ‘연애가 왜 망했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곤 했다. ‘옛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는 거’라고 믿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연애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