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만드는 환상 세계 ‘팬픽’은 무엇인가③ 동성물 BL(Boy’s Love)와 GL(Girl’s Love) 케이팝 아이돌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접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팬픽/RPS(Real Person Slash, 알페스)다. 팬덤 이야기를 하면서 ‘팬픽/RPS’를 논하지 않는 건 팥없는 팥빵을 먹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팬픽과 RPS(알페스) 모두 아이돌 멤버들을 엮는 ‘커플링’을 기반으로 한 연성이 기본이다. 팬픽이 소설 형식을 띈다면 RPS는 ‘썰’이라 불리는 짧은 글부터 긴 글, 그림, 영상, 소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즘은 RPS가 통용적으로 쓰인다. 케이팝과 퀴어의 관계성을 추적하고 분석한 첫번째 세미나 “케이팝과 퀴어의 만남”에 이어, 두 번..
사랑을 두려워하고 금지하는 ‘선생님’들에게 권하는 책슬로베니아 그림 동화 『첫사랑』 스물여섯이 되는 생일날, 밤기차에 타고 있었다. 겨울 바다를 여행하기로 한 친구들 몇은 먼저 내려갔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S와 만나 뒤늦게 출발했다. 자정이 넘은 어느 순간, S가 내 앞에 촛불이 켜진 작은 케이크를 내밀었다. 기차에서 불이라니, 얘는 어쩜 이런 일을 벌이나! 놀라서 화가 났다. 서둘러 촛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휘휘 저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S는 내 속은 모르는 듯, 언젠가 내가 예쁘다고 말했던 군밤 장수 모자를 내밀었다. 부끄럽게 선물을 건네는 S를 보자니 혀가 끌끌 차졌지만, 그보다 이 상황이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고, 무엇보다 고마웠다. 브라네 모제티치 글,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