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만나러 가는 길 (14) 만나고 싶지 않다는 딸의 편지를 받고도 매달리지 않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아휴! 아이를 키우지 않아, 모성애라고는 없어서…” 라고 탄식의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딸과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도 서툴렀던 것 같다. 많은 여성학자들은 주장한다. 모성애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고. 그렇다면 나도 모성애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1년 반 남짓 되는 양육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성애는 이 정도의 경험으로는 충분하게 형성되지 않나 보다. 만나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편지를 받고도 찾아가 나를 설명하지 않았고, 만나야 한다며 쫓아다니지도 않았다. 처음에..
▲ 가족관계의 굴레에서 드디어 독립하다 고함소리, 밖으로 나와 구경하는 동네 사람들, 성인이 된 자녀들을 이젠 힘으로 제압시킬 수 없는 아버지는 분노를 집안의 옷을 다 꺼내 칼로 찢는 행동으로 대신 풀었다. 내 신고로 온 경찰은 큰 따님이 아버님을 잘 달래서 말리라는 얘기만 남기고 가버렸다. 내가 집을 나온 날 상황이다. 그 이후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강제적으로 독립을 하게 되면서 나에게 독립이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매 맞던 초등학생 아이 내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결혼에 이은 출산, 양육 외에 다른 삶의 방식이 흔치 않던 그 시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부모도 결혼을 했고 자동으로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많은 부모들이 모르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