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고발 [기고] 아내이자 며느리가 되어본 후 알게된 것 (사월날씨) 결혼은 더 이상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사랑의 무덤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결혼으로 인해 의무와 책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결혼 후 나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알기엔 상상력이 부족했다.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을 통해 간접경험이 넘쳐났지만, 동시에 ‘설마 내 일이 되겠어’ 라는 게으른 오만 또한 넘쳤다. 그래서 결혼했다. 당시의 애인과 만난 지 5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꽤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비관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성향 탓에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헤어짐에 대한 각오를 남겨두는 내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관계였다. 그는 내가 좀 더 자유롭고 용감하게 사는 것을 늘 지지해줄..
“우리에게는 이름이 필요하다” 블루 재스민 ※ 필자 소개: 지아(知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영화칼럼을 비롯해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디 알렌 감독의 영화 영화 (우디 알렌 감독, 케이트 블란쳇 주연, 2013)은 삶의 뿌리를 상실한 재스민이라는 한 여자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블루는 삶의 이면에 포진해 있어서 쉽게 드러나지 않은 불안과 우울의 빛깔. 그렇기 때문에 “하늘과 바다의 색으로서의 파랑은, 이미 자신의 본질적 특성이 끝없이 먼 곳과 심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이멘달은 말했던 것일까? 또, 괴테는 에서 블루를 ‘불안하고 유약하며 동경하는 느낌의 색’으로 통찰했을까?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블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