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움직이는 여성성의 거처 그동안 사물/객체/대상으로 인식되어온 여성과 오브젝트의 만남은 우연하고 필연적이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여성과 오브젝트가 연결되고 욕망하고 합일하고 분열되어 결국 각각 아름답게 존재하게 되는, 세계가 잠시 오작동하는 순간들의 재구성이 될 것이다. 둘 사이에는 뚜렷하게 실감되는 슬픈 힘이 있다. ▲ 의자: 움직이는 여성성의 거처 (출처: 플리커) 여성과 오브젝트: 의자 볕이 사나왔다. 걸어서 20분 거리라고 가볍게 의자를 들고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한여름, 한낮, 쨍쨍하게 퍼붓는 햇살 아래 두 팔을 번쩍 들고 벌서듯 의자를 들고 있는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쿡, 웃음이 났다. K의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나는 그걸 알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몰랐다. 내가 든 의자와 내 얼굴을 일..
내 쉴 곳을 찾아서 -젠더폭력 생존자들이 기록하는 을 연재합니다. 젠더폭력을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피해와 저항과 생존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본 기획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남편의 폭력으로 화병까지 얻어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나도 화병으로 죽게되리라 하루 하루를 낙심했던 나. 그러나 나는 살아남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 몸과 마음이 힘들 때면 글을 쓴다. 그런다고 편안해지는 건 아니다. 마음 한 켠에는 나중에 아이들을 만나게 될 때 내 마음을 전하거나, 유품으로라도 남기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AfterMeToo: 강유가람, 박소현, 소람, 이솜이 감독, 2021)에 출연한 것도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새로운 삶을 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