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건 준영이와 함께 공부한 지 올 2월로 꼭 3년째 된다. 2학년 초부터 공부하기 시작해 곧 5학년이 되는데, 지금은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고 한번씩은 놀랄만한 의견으로 나를 감동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초창기 다른 아이들과 그룹으로 해오던 걸 접고, 혼자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은 내가 먼저였다. 당시 준영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경계에 해당하는 증상들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애정에 집착적인 태도까지 갖고 있어, 수업 중 교사가 자기가 아닌 다른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이면 견딜 수 없어해, 야단을 맞아가면서 조차 교사의 관심을 자신에게 잡아두려 했다. 결국 그룹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준영이의 어머니..
핵 물리학자 페이 에이젠버그-셀러브는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짓궂게 말한 바 있다. “하버드에건 다른 어느 대학에건, 이류밖에 안 되는 많은 남자교수들이 있다. 나는 이류밖에 안 되는 여성들이 정년직을 받는 것을 보게 되면 비로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고 믿겠다.” 그녀의 약력은 왜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1950년대에 그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버드 물리학과 과장에게 강사직을 얻을 수 없다는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녀는 사이클로트론(원자핵 파괴 장치)을 사용하는 실험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건물 내 여성출입금지’라는 규칙 때문에 밤에 몰래 실험실에 들어가기도 했다. 물론 에이젠버그-셀러브와 같은 선구적인 연구자 덕택에,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