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버스정류장] 태섭이 보내온 사진 ※ 경북 상주시 함창읍 함창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카페 버스정류장”.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무는 이 까페의 문을 연 박계해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한 여자의 귀촌일기” 의 저자입니다. www.ildaro.com “서흐새핸님, 여허기 하라샨~~~ .” “뭐라고?” “바, 라, 하미 마하니히........” “지금 전화기 상태가 안 좋으니까 끊고 내가 걸게.” 그리고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더니 잠시 후 문자가 왔다. ‘바람 때문에 전화하기가 힘들어요. 옆 사람에게 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어요.’라는 메모가 달린 사진이었다. 머리칼과 옷자락이 온통 뒤로 달리고 있는 모습에서 태섭의 목소리를 조각내 버린 것의 정체가 세찬 바람임을 알았다. 내게는 ..
김영옥의 폐경(閉境)의례 갱년기에 대한 여성 개개인의 인식, 혹은 담론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게 가능해진 이후에 나타난다. ‘개인’으로서의 여성, 즉 여성들의 ‘개별성’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몸이 보여주는 증상을 토대로 생애의 특정 시점을 인지하지 않았다. “갱년기? 난 갱년기가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라. 둘째가 화상을 입어서 내가 매일 병원 드나들 때, 그때가 갱년기였나?”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 세대들은 생애의 특정 시기들을 그때그때 발생한 ‘사건별’로 인지하곤 했다. 쓰시마 유코의 뛰어난 단편「나」에 나오는 어머니는 일기인지 일지인지 확실치 않은 삶의 기록을 남기는데, 평범하고 순탄한 나날에는 단 한두 문장으로 그리고 애간장이 끊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