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드모델입니다 그녀는 누드모델이다. 스케치 룸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스케치 연필이나 목탄, 수채화 물감, 파스텔 등을 책상 위에 펼쳐놓는다. 그녀도 천천히 중앙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가운을 벗는다. 전문 모델로서 그녀가 취하는 자세는 다양하다. 그때마다의 약속에 따라 그녀는 단 옆에 서 있거나 한쪽 무릎을 세우고 단 위에 앉아 있거나 혹은 다리 하나를 앞으로 내밀고 활처럼 등을 구부린 채 엎드려 있다. 두 다리를 길게 옆으로 모으고 2단으로 쌓은 쿠션에 팔 하나를 기댄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계를 맞춰놓고 사람들은 제각각의 표정으로 스케치에 몰두한다. 그들은 집중해서 오랫동안 그녀를 본다. 해부학적 탐색과 미학적 포착의 진지함이 눈에서 손으로, 다시 손에서 눈으로 흐르며 어떤 동..
마이 리틀 레드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이 칼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www.ildaro.com ‘첫 월경’ 하면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만국기가 먼저 떠오른다. 시골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날이었고, 나는 그때 5학년이었다. 운동장에는 하얀 운동복을 입은 아이들이 몰려다녔고 난 대낮에 달리기경주를 했다. 이상했다. 그날따라 아랫도리가 몹시 따가웠다. 아침에 모처럼 받은 용돈으로 교문 앞에서 백 원짜리 뽑기를 할 때도, 풍선이며 바람개비를 구경하며 다닐 때도 그 불편한 느낌이 그치지 않았다. 결승점에 다다라 그 통증이 커진데다 속옷이 축축해진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에 가서 보니 팬티 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