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의 언어…새로 써가는 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며칠 전, 열 살짜리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오다가 말했다. “엄마, 나 수영 못하는데……” 내가 무심코 넘겼는데 몇 번이고 같은 말을 한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인다. “어쩌지, 나 아직 수영 못하는데, 세월호……” 그러니까 아이는 어른들이 특별히 일러주지 않았어도 세월호에 대해 듣고 오랫동안 속으로 걱정한 것이다. 아직 수영을 못하는데, 난 어떡하지, 하고. ‘그건 수영을 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야, 안전의식이 없어서 생긴 일은 더더욱 아니야,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줄을 서서, 질서를 지키며, 구명조끼를 입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혼자가 아..
밥길 행진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19) 함양 읍내 대로를 걷다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 © 일다 - 사사의 점심(點心) 의무급식을 되찾기 위해 함양군 주민과 아이들이 7백여 명이나 모였다. 그리고서 ‘밥은 교육이다’ 슬로건을 높이 들고 읍내로 향했다. 어른이든 아이든 빈손이 아니다. 손글씨로 꾸민 피켓, 깃발을 매단 대나무 가지, 풍선, 꽹과리, 북, 전단지 등이 들려있다. 열살짜리 소년은 이웃집 여섯살 소녀의 손을 꼭 잡고서 어른들을 따른다. 행렬 따라 늘어선 경찰 인원도 만만치 않다. 아마 함양군 경찰들은 모두 동원된 듯하다. 꽹과리와 북이 선두에 서고 피켓을 든 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