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번의 죽음을 애도하며[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얼굴을 가진 존재 아빠와 한 식탁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생활 패턴이 약간씩 어긋나는 까닭이다. 작년 부산에서 먹었던 빨간 고기 생선구이가 갑자기 생각나 며칠 아빠를 보챘고, 그날은 바로 그 빨간 고기를 먹는 날이었다. 내가 빨간 고기의 가시를 발라 열심히 먹는데 집중하는 동안, 아빠는 TV를 틀었다.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도전 끝에 억대 매출을 올리게 된 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토하라는 민물새우의 양식에 성공했고 그게 꽤 값이 나가는 모양이었다. 나도 밥을 먹으며 아무 말 없이 관성처럼 TV를 시청했다. 양식에 성공한 토하를 잡아 다른 민물새우와 분류하고 그걸로 젓갈을 담그는 장면..
‘선별적 복지’의 냉혈함 앞에서 존엄을 외치다켄 로치 감독의 영화 ■ 케이 Feminist Journal ILDA ▶ 켄 로치 감독의 영화 (2016 영국 外) 포스터 영화 (켄 로치 연출, 영국 外)는 질병 수당 심사를 받는 다니엘(데이브 존스)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다니엘은 평생 목수로 살며 자신의 손으로 다달이 벌어 살아왔지만 심장에 문제가 생겨 당분간 일을 쉬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질병 수당을 받아 가까스로 생활을 꾸려왔지만, 복지 대상을 탈락시키는 것에만 의욕적인 담당 공무원의 영향으로 질병 수당 수급이 기각되고 만다. 질병 수당을 재신청하기 위해 연락한 콜센터에서는 통화 연결음만 반복된다. 가까스로 상담원과 전화 연결이 되지만, 상담원은 질병 수당 기각에 대한 항고는 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