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여성을 끝없는 원천으로…기지촌의 생태계다큐멘터리 영화 이고운 감독 인터뷰 페미니스트 저널 1년 전 이고운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내민 명함에는 ‘R&R’이라는 영화제작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R&R은 Rest & Recreation(휴식과 오락)의 약자로, 미군 주둔 지역에서 미군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만들어지는 산업과 공간을 뜻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성산업이다. 제작사 이름을 R&R이라고 짓다니! 감독의 재치에 웃음이 났다. 이고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2016)의 호스트 네이션(Host Nation)은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를 뜻한다. ‘호스트’가 되어 미군을 접대하고, 미군에게 휴식과 오락을 제공하기 위해 가난한 여성들의 몸을 동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 이고운 다..
익숙해지지 않는 시선[머리 짧은 여자, 조재] 공중화장실, 나에게는 차별의 공간 _ 페미니스트 저널 공중화장실에 가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문을 연다. 사람이 있으면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빈칸을 찾는다. 무언의 행동으로 ‘안심하세요, 저는 여자에요!’를 한껏 어필한다. 머리를 짧게 자른 뒤로 생긴 이상한 버릇이다. ▶ 나를 보는 차가운… ⓒ머리 짧은 여자, 조재 대학건물. 화장실에 들어오려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 나가버린다. 그리고 이곳이 여자화장실임을 다시 확인하고 내 눈치를 보며 들어온다. 도서관. 화장실에 들어가니 손을 씻고 있던 사람이 약간 움찔하며 옆의 친구에게 말을 건다. “여기 여자화장실인데….” 술집. 볼일을 보고 나오니 다음 차례를 기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