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는 시선[머리 짧은 여자, 조재] 공중화장실, 나에게는 차별의 공간 _ 페미니스트 저널 공중화장실에 가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문을 연다. 사람이 있으면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면서 빈칸을 찾는다. 무언의 행동으로 ‘안심하세요, 저는 여자에요!’를 한껏 어필한다. 머리를 짧게 자른 뒤로 생긴 이상한 버릇이다. ▶ 나를 보는 차가운… ⓒ머리 짧은 여자, 조재 대학건물. 화장실에 들어오려던 사람이 화들짝 놀라 나가버린다. 그리고 이곳이 여자화장실임을 다시 확인하고 내 눈치를 보며 들어온다. 도서관. 화장실에 들어가니 손을 씻고 있던 사람이 약간 움찔하며 옆의 친구에게 말을 건다. “여기 여자화장실인데….” 술집. 볼일을 보고 나오니 다음 차례를 기다리..
먼저 태어났다고 상대를 하대할 권리는 없다[머리 짧은 여자, 조재] 우리는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늘 미래에 직업을 택할 때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친해지기 위해 가족관계와 학력, 나이, 애인 유무 등 신상을 낱낱이 캐묻는 상황이 불편해서다.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동의도 구하지 않고 쉽게 말을 놓고, 조언을 늘어놓는다. 욕설을 내뱉고, 서로를 비하하는 말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문화 역시 익숙해지기 어렵다. 근 2년간은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나는 내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 수 있다고 잠시 착각했나보다. 최근 잊어버리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 ⓒ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