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리듬 날이 갑자기 더워져 식물들의 생육이 빨라졌다. 농민들은 날씨의 변화를 빠르게 직감하고 일을 서두른다. 그렇다고 작년과 같은 수확량을 얻거나 수확 시기가 약간 당겨지고 마는 건 아니다. ▲ 리듬 © 일다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제때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지 못하면 병해충에 쉽게 노출되며, 수확 시기와 수확량을 짐작하기 어렵다. 올해 농촌은 예년보다 빠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흙내를 폴폴 풍기는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전화를 붙들고 다음 날 일꾼을 모으고, 켜켜이 쌓아둔 모판 안 볍씨가 금세 트는 바람에 서둘러 못자리를 만들고, 다른 때보다 일찍 식물에 옮겨 붙은 병해충을 떼어내기 위해 약을 치고, 열과(裂果, 성숙기에 과피가 터지면서 과..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파꽃 입하(立夏)가 지났으니 아직 밭에 남아있는, 농민 속도 모르는 대파도 꽃을 금세 터트릴 것이다. 따뜻했던 지난 겨울을 보낸 채소들은 대부분 풍작이었다. 때문에 가격을 내려도 좀처럼 팔리지 않던 그것들은 간간이 팔리거나, 보다 못한 농민들에 의해 뽑히지도 못하고 흙과 함께 갈아졌다. 그리고 팔리지도 못하고 갈리지도 못한 것들은 밭에서 꽃을 피운다. ▲ '농민 속도 모르고' ©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파꽃 평당 12kg가 수확되어 한 관인 4kg에 6천500원~8천원에 팔릴 거라는 계산에 심겨진 어느 농민의 6백평 유기농 대파는 십분의 일도 채 팔리지 못했다. 대파를 팔아 밀린 농자재 비용과 품삯도 주고, 아이들도 키우고, 유기농업운동도 해야 하는데 날이 풀리고 꽃이 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