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 터를 잡을까? ‘집을 짓자!’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내 안의 모든 여자들이 환호성 치는 소리 백일의 칩거 동안 가슴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먼 곳의 북소리 같기도 하고, 희미한 함성 같기도 한 소리. 여자들이었다. 집 밖에서 울던 아이와 집의 온기(溫氣)가 그리워 남의 집 창 앞을 서성거리던 소녀, 집은 누군가와 함께 짓는 거라고 굳게 믿었던 젊은 여자와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 든 여자와… 내 안의 모든 여자들이 해원 굿을 하듯 함께 환호성을 치며 외치는 게 집이었다. 머리를 풀고 깃발을 날리며 북을 울리고 있었다. 집..
내 말 들어줘 엄마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⑦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엄마, 가족, 이 해묵은 서운함 한 달 즈음 되었을까, 나는 자꾸만 엄마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감정을 지배하는 기억)를 찾아가는 이 심리치료 과정에서 엄마에 대한 해묵은 서운함이 새삼스레 자꾸 치받아 올라와 그렇다. 엄마가 나의 슬픔, 좌절, 고통의 순간들을 외면했다는 것. 그건 날카로운 배신감과 깜깜한 외로움을 불러일으킨다. 감히 단언컨대, 심리적 고비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