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사유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뿌리를 내리는 일은 아마도 인간의 영혼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적게 인식되는 욕망이다.” -시몬느 베이유 ▶ 안방.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백년이 넘은 낡은 집이다. © 김혜련 집이 무엇일까 집이라는 언어가 불러오는 몸과 마음의 울림을 표현할 능력은 내게 없다.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이 어울려서 나는 한없이 따뜻하고 긴 여운의 깊이를, 그 언어 속에 축적된 인간의 오랜 역사와 정서를, 그것이 다시 내 삶에 쌓이고 새롭게 창조된 경험의 두께를 표현할 방법이 내겐 없다. 다만 말로는 다 안 되어서 감탄사와도 같은 긴 호흡으로, 수..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을 떠난 이유 집에 이르기까지①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남편이 있던가, 직업이 있던가 “도대체 왜? 뭘 믿고 이러는 거야? 여자가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둘 중 하나는 있어야지, 남편이 있던가, 직업이 있던가.” 내가 이십여 년 된 직장을 그만두려고 할 때 날 아끼던 동료가 거의 외치듯 한 말이었다. 이혼을 했으니 남편도 없고, 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니 앞으로 한참 돈 들어가야 하고, 직장을 그만 두면 세상에 적을 둘 곳이 아무데도 없는데 뭘 믿고 직장을 버리고 나오려 하는 건가. 게다가 좀 좋은 직장인가. 서울 명문 인문계 사립학교에다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