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함이 ‘여성적’ 특질이라고? 몸이 아프다는 것과 성별 관념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편집자 주 몸이 아프다고 말하기가 싫은 이유 “아니, 괜찮아.” 몸이 아프던 초기에 사람들이 종종 물었다. 많이 아픈지,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그럴 때마다 나는 저렇게 답변했다. 물론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지 물을 때도 대부분 ‘문제없다,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문제가 없는지, 할 수 있는지, 나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파서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왠지 싫었다. 나는 아프다고 말하는 걸 무척 조심스러워하고,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렸을..
환자를 더 아프게 만드는 ‘질병 낙인’ 잘못 살아온 결과라는 징벌서사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칼럼에 인용된 사례는 모두 사전 동의를 받았습니다. 암에 걸린 것이 왜 창피한 일이라고 느꼈을까? “유방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병원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어요. 가서 딱 뛰어내리고 싶더라구요. 너무 창피해서, 남 보기 부끄러워서.” 염색약을 밀어 올린 흰머리가 소복한 그녀는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암 진단 직후 수술을 했고, 2년간 항암을 했으며, 10년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남편과 자식들을 제외하곤 친척도, 친구도, 아무도 자신이 암 환자였다는 걸 모른다고 했다. 남한테 얘기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