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잘 어울리는 사람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경미언니 어쩌다보니 농업고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2학년이 되면서 2주간 농가 실습을 가게 되었다. 학교의 오랜 전통이었다. ‘때는 이 때다’ 하며 집과 가장 먼 곳으로 가려하는 아이들에게 경미언니 집이 있는 해남은 인기였다. 그때 나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덕분에 경미언니와 만나게 된다. ▲ 땅과 잘 어울리는 사람, 경미언니 © 박푸른들 농가 실습 선생님이던 경미언니를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언니를 만나자 그때 기억이 어슴푸레하게 나를 감쌌다. 한여름 땀을 진탕 흘리고 누우면 찬 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두껍고 단단한 흙집, 까만 밤길을 걸어 잘 짜인 판잣집 문을 열고 들어가 앉으면 큰 창에 별이 한 가득 떠 있던 화장실, 배고플 때마다 풀에 휘감겨..
야근은 가치도, 문화도 아니다 사회운동단체에서 일하는 근자씨 20대 여성들이 직접 쓰는 노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경험을 토대로 ‘일’의 조건과 의미, 가치를 둘러싼 청년여성들의 노동 담론을 만들어가는 이 기획은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지원을 받습니다. www.ildaro.com 2014년 X월 X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다. 옆 자리 언니는 내일까지 마쳐야 할 선전물 자료를 만들며 끙끙거리고 있으며, 그 옆 자리 팀장님은 내일 있을 회의를 위해 분주히 전화를 돌리고 있다. 덥지도 않은지 다들 의자에서 엉덩이를 뗄 생각도 없고, 배고프지도 않은지 ‘저녁은 어떻게?’ 라는 질문은 나오지도 않는다. ▲ 먼저 퇴근하겠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