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도 살 수 있는 곳에 가다 현대사회는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물품과 서비스를 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한편 돈을 버는 일에 매달리는 개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만일 돈을 사용하지 않고도 물건이나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은 상상에 머물지 않고 현재 세계 각지에서 지역화폐 실험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통화로 일자리 창출, 주민 10%가 참여 지역화폐 실험은 1989년 캐나다 벤쿠버의 코목스 밸리에서 시작됐다. 코목스 벨리에서는 공군기지 이전과 목재산업 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18%로 올랐다. 마이클 린튼은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궁리하다가 ‘녹색달러’라는 이름으로 지역통화를 시작했다.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내일 일을 누가 알겠나? 부처님 오신 날, 만날 사람이 있어 친구와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다. 지난 겨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기다리는 동안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우산을 받쳐들고, 목도리도 동여매고 옷깃도 꽉 여민 채 절 마당을 서성거렸다. 잔뜩 찌푸린 저녁 무렵이었지만, 절 안은 마당 가득 매달려 있는 색색의 연등들로 오히려 봄꽃이 만발한 듯 화사하기만 했다. 그 사람은 월정사의 중심이라는 팔각구층석탑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인사를 건네면서 난 그의 안색부터 살폈다. 다소 지쳐 보였지만, 작년 겨울보다 더 나빠 보이진 않았다. 작년 겨울에 이곳을 떠나면서 올 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긴 했지만, ‘과연 살아서 서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벌써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