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태어났다고 상대를 하대할 권리는 없다[머리 짧은 여자, 조재] 우리는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늘 미래에 직업을 택할 때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친해지기 위해 가족관계와 학력, 나이, 애인 유무 등 신상을 낱낱이 캐묻는 상황이 불편해서다.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동의도 구하지 않고 쉽게 말을 놓고, 조언을 늘어놓는다. 욕설을 내뱉고, 서로를 비하하는 말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문화 역시 익숙해지기 어렵다. 근 2년간은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나는 내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 수 있다고 잠시 착각했나보다. 최근 잊어버리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 ⓒ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얼마 ..
겨울, 오리가 난다 생명의 명랑성①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 페미니스트 저널 1. “꽈악, 꽉, 꽈악꽈악 꽉꽉꽈아악~” 아직 어슴프레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소리가 온다. 그 소리에 잠자던 몸속에서 스멀거리며 무언가가 올라온다. 따뜻한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옷 차림으로 긴 담요 한 장을 몸에 두르고 집 앞의 양피못으로 간다. 오리들이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오는 생명들. 오리 소리다. 수십 마리의 오리가 양피못에 앉아 유유히 물살을 가르고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십여 마리의 오리 떼가 왔다. 그 후로 해가 지나면서 점점 늘어 이제는 육칠십 마리가 떼 지어 온다. ▶ 못에서 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