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에 대한 차별 질병을 사유하라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갑자기 떨어지는 소나기, 교복을 입은 한 무더기의 아이들이 처마 있는 곳을 향해 달린다. 그런데 그중 유난히 작고 뒤처진 아이가 보인다. 아이는 깔깔거리며 “현기증 때문에 빨리 못 뛰어”라고 말하고, 앞선 아이들도 깔깔거리며 “병신같이 왜 못 따라와”라고 말한다. 다들 유쾌해 보인다. 병신이라는 말을 듣고, 뱉은 실제 마음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병신(病身), 글자 그대로의 원뜻은 ‘병이든 몸’이다. 그러니까 현기증이 있다는 그 아이도 나도 병신이다. 그리고 현대인의 상당수가 병신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병신의 원뜻은 사실상 사..
피부로 환대하기[머리 짧은 여자, 조재] 스킨십에 대하여 군 소재지의 작은 중학교. 아니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은 아니었다. 한 학년에 일곱 반, 한 반에 30~40명가량의 학생이 있었으니. 군 안에서도 읍내라고 불리는 도심부에 여자중학교라곤 이곳 딱 한 곳뿐이었다. 읍내에 있는 3~4개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은 그대로 이 중학교로 진학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서로 이름이나, 혹은 얼굴이라도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학교에선 어떤 소문이든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안 좋은 소문일수록 더 빨랐다. 누군가는 또래집단에서 튕겨나가기도 했다. 원체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던 나도 숨죽이며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간간히 몇 반 누구랑 몇 반 누가 사귄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면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