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뻗은 도로가 갈라놓고 있는 A아파트와 B아파트. 부근 초등학교 교실도 이 도로를 경계로 갈라진다. 학생들이 A파, B파로 나뉘어 다니는 것이다. 어떤 부모는 A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에게 “B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같은 이름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큰 평수 아파트 단지와 작은 평수 아파트 단지가 갈라지는 이 길은 그냥 좁다란 길일뿐이지만, 학생들은 이 길을 경계로 교실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놀이터에서도 나뉘어져서 논다. 작은 동네에서조차 상대적인 ‘빈부 차’에 의해 ‘분리’되어 지는 것들. 차별과 편견, 패거리주의로 얼룩진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일다▣ 박김수진 [저널리즘의 새지평일다 w..
희생자 전시나 정치적 놀음에 그치지 않도록 얼마 전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뒤에서 갑자기 어마어마한 소음이 들려왔지요. 백미러로 뒤를 보니 망가진 승용차 한대가 도로한가운데 서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멀어지면서 그 차는 점점 작게 보이다가 결국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탄 차와 부딪혔을지 모르는 아찔함에 가슴을 쓸어 내리다가, 한 순간 부딪혔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 갑자기 내게 고통이 닥쳐왔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 그리고 어느 한가한 오후에 고통이 닥쳐왔을 사고당사자를 생각하다가, 결국 그도 언젠가 고통을 피해간 저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지요. 매 순간 이렇게 누군가는 고통을 피해가고, 누군가는 마치 운명인 마냥 고통에 맞닥뜨려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