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잃어가는 것에 대한 사색 얼마 전 빈 화분에 파뿌리를 심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파를 흙에 묻어두고서 필요할 때마다 잘라 쓰시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잘라먹고 1cm정도 남은 밑동을 조심스레 흙에 심으면서도 ‘과연 자라긴 할까?’하고 속으로 의심했었다. 하지만 흙이 마르지 않도록 제 때 물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내 정성을 알아챘는지 새파란 싹이 살며시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영락없는 파의 꼴을 갖춰 잘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파 살 일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흡족하다. 작은 밭을 가꾸는 꿈 도시에 사는 사람,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자기 먹을 거리를 스스로 기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말농장을 이용하거나, 단독주택이라면 정원 한 편에서 야채를 키우거나, 아파..
‘방조제가 완공되고, 풍요롭던 갯벌은 빠른 속도로 죽음의 사막이 되었다. 그러나 해수유통에 대한 희망을 거두지 않는다면, 새만금은 다시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에 대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나는 이렇게 ‘새만금의 운명’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다에서 마련한 다큐멘터리 상영회에서 새만금을 지키기 위한 계화도 어민들의 저항과 투쟁을 장기간 카메라에 담아 온 이강길 감독의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실 하나를 간과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만금을 떠들썩하게 채웠던 시민단체들도, 활동가들도 떠나고, 남은 자리를 오롯이 지키고 있는 어민들의 삶과 상처 받은 마음 말이다. 다큐멘터리에는 새만금의 ‘사람들’이 있었다. '갯벌여전사'들의 투쟁과 오롯이 남은 상처 이강길 감독은 다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