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우리들의 '몸' 지난 여름, 장애여성인 우리들의 ‘몸’을 주제로 해서 사진작업을 했고, 드디어 이번 주에 그 결과물을 선보이게 될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2009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기간 중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이다. 한 여성작가의 스튜디오에서 평소 남에게 보이기 싫었던 모습을 드러내며, 어떤 이는 생각보다 자기 몸이 예쁘다며 좋아했고, 또 한 이는 그토록 심하게 휘어져 있는 자기 몸과 대면하며 당혹스러워했다. 또 평소 등에 길게 나 있던 수술자국을 두고 지네 같다던 여동생의 말 때문에 흉할 줄로만 알았던 뒷모습에 스스로 반해버린 이도 있었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클라이맥스는 저신장(LP)장애여성 세라와 지적장애여성 은혜였다. 평소 안면이 있던 세라에게 모델을 제안하..
꼭 이맘 때였던 것 같다. 긴 소매 옷으로 갈아입은 한참 뒤인데도, 그 날만은 반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야 했다. 넓은 길 대신, 늘 하던 대로 지름길인 좁은 논둑을 따라 걸을 때마다 풀섶 가장자리에 맺힌 이슬이 한없이 맨 발목을 쓸며 떨어져 내렸다. 그래서 더 으스스 추웠던 것 같다. 그날 아침은 이렇게 추웠고, 무엇보다도 슬펐다. ‘운동회 날’인 것이다. 소풍 때면 그렇게 잘 오던 비가 왜 운동회 때는 절대로 오지 않는지…. 초등학교 다니는 내내 운동회는 예방주사 맞는 것만큼 괴로웠던 행사였다. 달리기를 특별히 못하던 나는 출발을 알리는 화약 딱총소리도 무서웠지만, 사람들 시선으로 가득 찬 운동장에서 꼴찌, 아니면 그 다음으로 달리는 게 정말 싫었다. 도착점은 쉽게 나타나 주질 않았고, 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