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5) 주디스 버틀러「젠더 트러블」 언젠가부터 가장 어려워하는 글쓰기 중에 하나가 바로 ‘자기소개서’가 되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실로 엄청난 질문에 때로는 500자로, 때로는 A4용지 5매 이상으로 답해야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쭉 나열해 놓고 종합하면 그것이 ‘나’가 될까. 그래서 어떤 곳은 친절하게도 몇 가지 범주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 항목들에 대한 답을 성실히 채워 가면 그가 ‘알고 싶어 하는 나’에 대해 알 수 있겠다,고 말하듯이.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정체성이라는 것도 실제의 나와는 또 별개로 사실상 여러 범주들을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범주들 중에는 단 한 번도 질문을 제기해 ..
NAFTA이후 멕시코 여성노동자들과 만나다⑤ 우리 안의 가치와 권리를 찾아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 10년간 활동해 온 박남희님이 최근 멕시코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여성노동자들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왔습니다. 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 이후 변화하는 멕시코 사회의 모습과, 그 속의 여성들의 활동을 5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남녀평등과 이주노동자 권리를 교육하는 노동조합 ▲ “노동조합과 교육 활동”을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 왼쪽은 아르헨티나에서 온 밀리엄, 그리고 오른쪽이 한국의 여성노조 활동을 전하는 박남희. 내가 멕시코 오아하카에 온 날은 한국에서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 위에 올라간 지 231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 높은 곳에서 어떤 심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