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연재를 시작하며 현대문명과 거리를 둔 채, 산골에서 자급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도은님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도은님은 두 딸과 함께 쓴 “세 모녀 에코페미니스트의 좌충우돌 성장기” 의 저자입니다. www.ildaro.com ‘책 읽기’ 인간답게 살고 싶은 본능에 반응하며 ‘책 읽기’라는 끈을 가지고 이 시대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영상 매체와 스마트폰 문화가 일상을 잠식한 세상에서도 책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술 문명 찬미자들은 콧방귀를 뀌며 비웃더라도 그들이야 ‘맘껏 그러시라’ 하고, 우리는 책을 사이에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어쩌면 이 글은 세대간의 대화가 될 수도 있겠다. 중..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7. 인간세상의 원형을 상상하다 ▲ 엔키카렛의 가시나무 © Abby ‘엔키카렛’은 ‘가시’라는 뜻이다. ‘엔키카렛’이라는 이름의 이 울퉁불퉁한 광야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나무는, 이불을 꿰매는 바늘만큼 길고 단단한 가시를 촘촘히 박은 가지를 어수선하게 뻗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시간에는 어디에 그 커다란 몸을 숨기는지 신기한 기린들이 때때로 우아하게 나무에 다가서고, 긴 혀를 내밀어 용케 가시 사이의 초록 이파리를 감아 먹고는 사라졌다. 군데군데 어른의 키만 한 붉은 산을 이룬 개미집과, 간신히 돋아나긴 했으나 땡볕과 갈증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바스라지는 키 작은 풀들이 황량했다. 일 년에 많아야 보름 비를 맞는 마른 벌판은 앞머리를 사르락 건드릴 뿐인 휘파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