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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 (7) 유방암 ② 
 
박은지님은 체육교육과 졸업 후 퍼스널 트레이너와 운동처방사로 일을 한 후, 지금은 연세대학교 체육연구소에서 신체활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운동과 스포츠'라는 영역은 아직까지 여성에게는 척박한 곳이라고 생각해 여성들이 편하고 올바르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개척해나가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다] 

유방암 예방과 회복을 도와주는 운동들

운동은 암 치료와 재활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고, 필수적이다. 적당한 강도의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항암효과가 있는데 특히 여성 생식기계 암과 같이 암 발생이 호르몬과 관련되어 있는 암인 경우에 더욱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신체활동은 생식기계 호르몬의 수준을 변화시키고 면역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동적인 사람은 유방암,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낮다.
 
마음에 드는 운동을 고르는데 도움이 되고자 유방암 예방 및 수술 후 회복을 도와주는 운동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태극권(Tai Chi) 운동

▲ 태극권은 몸이 약한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균형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 대한태극권협회
 
중국인들에게 태극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태권도가 익숙한 것만큼이나 익숙한 고대 무술이다. 태극권은 기본적으로 도교를 바탕으로 그 움직임이 모두 음양의 조화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입신중정(立身中正)과 송(鬆)은 태극권의 기본원리인데 그 뜻은 모든 동작이 몸을 바르게 세운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관절을 늘려 몸 안의 기가 막힘없이 흐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태극권을 하는 모습을 보면 마침 공기 중에서 헤엄을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드럽고 우아하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태극권이 갖는 이런 장점은 몸이 약한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균형(balance)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부드러운 동작을 함으로써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해주어 정서적으로도 좋다.
 
태극권의 동작들은 뱀, 두루미, 용, 호랑이와 같은 동물의 자세로부터 유래되었는데, 불필요한 힘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무릎의 각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운동 강도를 쉽게 조정할 수 있어 각자의 체력과 신체조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태극권 운동은 또 심호흡을 통해 횡경막 운동도 할 수 있어서 간과 내장의 기능도 향상된다. 심장질환자에게 태극권을 1년 동안 수련하게 했더니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최대산소섭취량과 호흡역치가 유의하게 증가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모든 동작이 호흡의 흐트러짐 없이 자연 속에서 편안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태극권 운동은 유방암 수술환자들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걷기운동
 
2004년 ‘미국 메디컬학회 저널’에 실린 보고에 의하면 ‘1주일에 1시간 정도의 적은 양의 걷기운동도 생존의 기회를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1주일에 2.9시간을 걸은 유방암 환자는 1시간 이하의 걷기운동을 했거나 전혀 걷기운동을 하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률이 20%가 줄었고, 1주일에 3시간에서 5시간을 걸은 환자는 50%까지 사망률이 낮았다. 그러나 5시간 이상 걷는다고 해도 그 이후에는 사망률을 낮추는데 더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운동은 종류도 다양하다. 평상시에 걷는 것처럼 걷는 일반 걷기운동, 폴 걷기운동, 힘차게 걷기운동, 수중걷기운동, 중량부하 걷기운동, 마사이 걷기, 빠르게 걷기, 오르막 걷기, 뒤로 걷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중량부하 걷기운동이란 손에 무게가 있는 것을 들고 걷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걷기, 계단 오르기, 달리기처럼 하체만 주로 사용하는 지구력 운동형태를 상·하체 근육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전신 운동형태로 전환시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덤벨을 들고 걷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무거운 중량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면 걷는 거리를 줄이고 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자세로 하는 것이 좋다. 괜히 무거운 것을 들고 팔을 휘둘렀다가 근육도 다치고 주변에 있는 사람도 위험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폴 워킹 또는 노르딕 워킹이라고 불리는 폴 걷기운동은 마치 스키를 탈 때 드는 폴(막대기)처럼 생긴 것을 들고 짚어가면서 걷는 운동을 말한다. 폴 워킹의 장점은 걷기운동 효과가 일반 걷기운동 보다는 더 높고, 걸을 때마다 막대를 짚어가면서 걸으니 지루함이 덜하고, 척추를 곧게 펴고 걷는데 도움이 되며 무릎의 충격을 감소시켜주는 것에 있다. 이 외에 힘차게 걷기(brisk walking)도 체력 향상과 불안 감소에 도움을 준다.
걷기 운동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다. 바깥 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실내에서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걷는 것도 좋겠지만, 걷기 좋은 길이 있다면 밖에서 운동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트레드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트레드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트레드밀을 켜놓은 상태에서 잠깐 물 마시러 간다고 내려간 사이, 바닥이 돌아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올라갔다가 그대로 고꾸라진 적이 있다. 한번은 트레드밀을 점검하러 갔다가 갑자기 제멋대로 기계가 돌아가는 바람에 손잡이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서 넘어진 적도 있다.
 
트레드밀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몸에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걷기 운동의 효과에 비하면 감수할 수 있을 정도라고 트레드밀의 장점을 못마땅하게 수긍하는 편이다. 밖에서 걷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트레드밀 위에서 걷는 것도 그 단점에 비해 장점이 더 크니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좋다.
 
3. 자전거 운동
 

▲ 자전거를 탈 때는 허리를 자연스럽게 구부리고 배를 아래로 내밀지 않는 것이 좋다. 시선은 전방 5~10m 주시하도록 하고, 팔을 적당히 굽힌다. ©일다 
 
유방암을 예방하는데 자전거 타기가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연구도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암 연구소에서는 자전거 타기를 일주일에 평균 3시간씩 한 여성은 운동을 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34% 정도 낮다고 하며, 자전거를 더 많이 탈수록 유방암 위험이 낮아진다고 했다. 다만 이 조사는 대상자들의 기억을 근거로 한 연구결과이기 때문에 오차가능성이 많고, 대상자들이 다른 운동에 비해 자전거타기를 더 기억해내기 쉬웠을 수도 있지만 자전거 타기는 건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운동인 것은 분명하다.
 
자전거가 갖는 장점은 비만한 사람도 관절에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것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은 신체활동을 늘리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자전거 운동 역시 걷기 운동처럼 기계를 이용하면 실내에서도 할 수 있다. 싸이클 에르고미터라고 하는 고정식 자전거는 실내용으로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면서 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야외에서 이용하는 이동식 자전거는 거리와 코스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는 허리를 자연스럽게 구부리고 배를 아래로 내밀지 않는 것이 좋다. 시선은 전방 5~10m 정도를 주시하도록 하고, 팔을 적당히 굽혀 팔에 많은 하중이 가해지지 않도록 한다. 자전거를 탈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안장 높이인데 안장 높이가 낮거나 높을 경우 무릎관절에 가해지는 부하가 커져서 오히려 운동으로 인한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적당한 안장 높이는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돌려 무릎을 최대한 뻗었을 때 무릎이 150~160도 정도 약간 굽혀질 정도가 가장 적당하고, 반대쪽 페달은 최대한 위로 올라가있을 때 무릎이 골반뼈 높이까지만 올라올 정도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 운동을 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근육은 엉덩이 근육, 앞·뒤쪽 허벅지 근육, 종아리 근육이다. 따라서 운동 전과 후에 반드시 하체 근육들을 스트레칭을 통해 충분히 풀어주어야 피로나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유방건강 인식 확산을 위한 '핑크리본' 캠페인

▲ “비록 잃은 것이 있지만 나는 승리했다.”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한 여성이 등장하는 핑크리본 공익 광고 사진.   출처: adsoftheworld.com   

 
핑크리본 캠페인은 1991년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미국 에스티로더 그룹의 부사장인 에블린 로더가 유방암에 걸린 후 그룹 차원에서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여성들의 고통과 희생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녀의 유방암 예방과 정복을 위한 적극적인 캠페인은 그 다음 해부터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100여개 도시가 동참하면서 국제적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유방암 캠페인 상징인 핑크 리본도 에스티로더 그룹에서 가슴을 꽉 조이는 코르셋 대신 실크 손수건 2장을 엮어서 만든 ‘핑크 리본 브라’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핑크리본은 샬럿 할리라는 할머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샬럿 할리는 언니와 딸이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1992년 초에 복숭아색 리본을 만들었다. 그리고 “국립암연구소의 예산 중 5%만이 암 예방에 쓰입니다. 이 리본을 달음으로써 의회의원들을 깨우쳐줍시다.”라고 쓴 카드와 함께 리본을 동네 식료품점에 나누어줬다고 한다. 그녀의 활동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 에블린 로더에게 알려지게 되고, 로더가 리본의 색을 치유와 안정을 상징하는 핑크로 바꿔 150만개의 핑크리본을 만들어 에스티로더 화장품 판매점을 통해 유방암 자가검진카드와 함께 나누어 주면서 핑크리본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월에 유방암의 달을 맞아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분홍색 우산을 쓰고 서울광장을 걷는 퍼레이드를 하고, 난타 공연을 하기도 했었다.
 
각국의 핑크리본 캠페인을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두바이의 한 속옷가게는 핑크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쪽 가슴이 없는 마네킹을 세워두고 “유방암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습니다”라는 푯말을 세워두었다. 그리고 진열된 상품 태그에는 “Fight Breast Cancer"라는 문구와 핑크리본이 달려있다.
 
이러한 캠페인으로 인해서 여성들의 유방건강 인식향상과 유방검진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유방절제술 후 보정속옷을 사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속옷을 사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유방암 환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핑크리본 캠페인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박은지)
*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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