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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낙동강 파괴 가속화, 상주지역 민심 반전 
※필자 박종관씨는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의 회원입니다.―편집자 주
 

▲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경천대 사진을 들고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작해  광화문, 시청까지 걸으며 4대강사업으로 파괴되는 강의 모습을 알리는 순례길이 열린다. ©박종관 
 
매주 금요일 오후 3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는 4대강공사로 망가져가는 낙동강의 비경인 경천대 길이 열리고 있다. 지난 11월 26일부터 지율스님과 문화예술인,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돌담길을 거쳐 세종로-광화문-시청 방향으로 경천대 사진을 들고 묵언으로 순례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제 1비경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경천대는 지금 4대강사업으로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다. 경천대의 아름다움이란 휘돌아 감는 물길과 휘감겨 안긴 하얀 모래톱 그리고 푸르른 들판의 조화이다. 예부터 들판이란 이름그대로 '물을 들이는 판'으로 홍수 시에 자연스럽게 물이 범람해서 홍수 피해를 줄여주는 완충지역이다. 그런 들판 앞에는 이제 슈퍼제방을 쌓아서 물을 들이지 못하게 막고, 그 거대한 홍수 물량을 담아내기 위해 물높이 6미터의 모래를 준설하고 있다.
 
무참히 파헤쳐지는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
 
서울 광화문 앞에서 다섯 번째 경천대 순례길이 열리던 2010년 12월24일, 참가자들은 사진전을 마치고 경천대에서 해맞이를 하기 위해서 경북 상주로 내려왔다. 경천대가 있는 경북 상주에 살고 있는 한 지역민으로서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나 또한 이 날 시간을 내어 해맞이에 함께 참석했다.
 
순례단은 상주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새벽에 함께 경천대 전망대에 올랐다. 콧속까지 얼게 하는 매서운 추위에 모두들 옷을 동여맸다. 굽이도는 낙동강의 물줄기 위로 해가 오르기 시작했다. 
 
▲ 누군가 비봉산 전망대에 붙여 놓은 '위로문'     ©박종관 

 
해가 오르는 장관을 보며 느낀 감격은 잠시, 빛과 함께 눈앞에 펼쳐진 경천대의 모습을 보며 참가자들은 밀려오는 분노와 슬픔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세상에 평화가 깃든다는 성탄절 이른 아침시간에도 아름다운 경천대의 모래톱은 포클레인으로 무참히 파헤쳐지고 있었다.
 
경천대 근처에 위치한 비봉산 전망대에서 '위로문'을 발견했다. 산의 능선을 따라 만든 자전거 도로로 망가져버린 비봉산을 위로하기 위해 누군가 정성들여 위로문을 붙여놓았다. 기도문 너머 보이는 파헤쳐지는 강의 모습과 그 기도가 겹쳐지면서 마음이 애잔해졌다.
 
4대강 사업 지지하던 상주지만…지역정서 ‘반전’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이하 강습사)’은 요즘 주말마다 상주 시내에서 파괴되어가는 낙동강 거리 사진전과 함께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상주는 지역정서상 거리에서 정부정책에 반하는 운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다.
 
특히 상주는 낙동강 상주구간에 보가 2개나 건설되는 4대강사업의 핵심 지역인지라,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에 맞물려 4대강사업의 전신인 대운하 공약이 나왔을 때부터 4대강 사업은 지역민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런 지역정서 속에서 강을 지키자는 호소가 얼마나 받아들여질까, 많이 두려웠다.
 
▲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지고 있는 '낙동강제1비경' 경천대     ©박종관 

 
그러나 강습사에서 4개월 정도 거리 사진전과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 반응을 체감한 결과는 의외였다. 서명을 받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4대강사업이) 너무 지나치다'라는 말이다. 앞서 말한 지역정서속에서도 다수의 많은 지역시민들은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반응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4대강 사업으로 침체된 지역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환상과 기대 속에서 1년 넘게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그것이 거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지역민들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강 주변 일부 지주들이나 몇몇 이해관계가 얽히는 사업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지 일반시민들과 지역전체에겐 별 효과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정서를 넘어선 인간본연의 정서에 기인한다. 일반시민들이 경험한 지금까지의 어떤 토목공사도 이 4대강공사처럼 큰 규모가 없었고, 엄청나게 파헤쳐놓은 강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상식적으로 도가 넘었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 지역에서 만난 어떤 분은 "천벌 받을 것 같아 무섭다"라고 말했다.
 
강물이 제 갈 길을 향해 흐르듯 민심도 흐를 것
 
▲ 낙동강 지키기 상주시민 1000인 선언 서명에 참여하고 있는 상주 시민들.     © 박종관

 
‘낙동강을 지키자'는 '상주시민 1000인 선언’을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8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것도 일간신문에 선언문과 함께 전체 실명을 기재하는 것과 함께 소정의 참가비도 받은 유료 서명 운동이다. 상주의 지역정서를 감안하면 800여명의 서명은 매우 놀라운 숫자이다.
 
나는 이러한 지역 의식의 변화들이 아직 외형적으로 크게 드러나는 것은 없을지라도 민심 저변에 깔려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적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강을 다녀보면 알게 된다. 강물은 자기가 원하는 길로 가는 본성과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흐르는 강물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막았을 때, ‘힘이 결집되는 어느 시점’에 어떠한 장애물도 무너뜨리고 물길을 만든다. 강물이 제 갈 길을 향해 흐르듯이 이미 민심도 조금씩 흐르고 있다. (박종관) *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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