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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화장품 유통 시스템과 상술에 대하여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1. 1. 3. 07:30

<일다> 몸이야기 다시 읽기: 노화를 막는다? 막아야 한다? 
 
얼마 전에 친구와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웬만해선 내가 화장품 가게에 들르는 일이 없는데, 그 날 만났던 친구가 눈가에 바르는 아이크림 제품을 산다고 해서 같이 가준 것이었다. 친구가 고르고 있는 제품들의 가격대를 보니, 아이크림은 4만원 대의 꽤 비싼 화장품이었다.

그런데 거기 점원이 이미 원하는 제품을 고른 친구에게 나이를 물으면서, 20대 중반쯤 되면 링클케어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고, 누가 보더라도 장삿속이 드러나는 말을 건넸다. 아니나 다를까 링클케어 제품들은 거의 10만원에서 20만원 대에 육박하는 고가의 화장품이었다.

저 작은 화장품 가격이 10만원이 넘는다니, 나는 그만 황당하다는 생각을 숨기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그리고 옆에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망설이고 있는 친구에게 ‘야, 무슨 화장품을 이렇게 비싼 걸 써?’ 하고, 얼른 계산하고 나가자고 재촉했다.

점원 입장에선 비싼 제품 팔아보려는데 훼방꾼이 생긴 셈이었다. 친구를 구슬리던 점원이 갑자기 나를 향해서 “화장 안 하셨네요? 이런 제품 안 써보셨죠? 그러니 친구 분이랑 피부가 이렇게 차이가 나죠.” 라고 말하며 거울까지 들이댔다.

하얗고 탱탱한 피부를 가진 친구는 아이크림 제품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고, 젊은 나이에 벌써 눈 가에 주름이 잡히고 있는 나는 평소 화장도 안 하고 비싼 화장품 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다.

한 술 더 떠서 그 점원은 내 친구를 향해 “이 제품을 쓰면서 5년 후에 옆에 계신 친구 분과 비교해보세요.”라고 말하며 10만원이 넘는 링클케어 제품을 들이댔다. 그 모양을 보고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친구도 좀 황당했는지 먼저 골랐던 아이크림 제품의 값을 치르고 얼른 그 가게를 나왔다.

점원의 무례한 태도도 문제지만, 그보다 주름방지, 피부미용 등의 명목으로 이미 시장을 장악해버린 화장품 판매유통 시스템과 상술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노화’라는 것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생리인데, 계속해서 이를 막기 위해 제품을 발명하고 홍보하면서 여성들을 유혹하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나이 들면 자신의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생활방식이나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 차원의 얘기 아닐까. 지금처럼 사람 신체의 하나 하나를 인위적으로 가꾸도록 권하고 강조하는 문화는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날 인터넷에 접속해 메일 확인을 하는데, 모 여성포탈사이트에서 보낸 회원메일은 “나이보다 10년 어려 보이는 노하우”를 광고하고 있었다. (유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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