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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몸 이야기 다시 읽기: "진작에 알았더라면…" 

어제는 모처럼 TV 앞에 앉아서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며 채널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몇 년 동안 TV시청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별별 프로그램이 다 있었다.

그 중 아주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자면, 남녀관계와 성문화라고 하겠다.

<청춘>이라는 영화를 얼핏 봤더니, 남녀가 공히 전라가 되어 섹스를 즐기는 장면을 엉덩이 부분만 희미하게 처리한 채 공공연하게 방영하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스무 살 안팎의 젊은이들과 부모가 같이 보게 된다면 아무래도 좀 그렇겠다 싶다.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으로 일약 성문화의 스타가 된 구성애씨가 나오는 어떤 프로그램도 보았다. 거기선 포르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결혼 초년생부터 15년 된 주부까지 나와서 포르노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소견과 경험담 등을 스스럼 없이 얘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 진행자 쪽인 어떤 친구는 아직 장가들기 전이라면서도 '성에 대해서는 뭐든 물어봐라!' 할 정도로 다각적인 측면의 성관계를 노골적이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게,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처음엔 어쩐지 서먹하고 얼굴이 뜨겁게 느껴지던 것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그 프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성은 아름다운 것이며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자는 것처럼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성이라는 것을 어둠 속에 넣어두고 쉬쉬하면서, 결혼을 하고서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으로부터 혹은 존경하는 그 누구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은 바 없이 그저 동물적 감각으로만 더듬거리듯 성관계를 하고 살았다니…. 신이 인간에게 누리라고 준 것의 100분의 1 아니 1000분의 1도 누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성에 관한 한 뭐라고 조언해 줄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이제는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도 성에 대해 야담이나 와이담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성문화가 형성되어가는 징조가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 여겨진다.

신은 인간에게 성에 있어 어디까지를 허락하고 어디까지를 금지했을까. 어디까지가 도덕적이고 어디부터가 부도덕한 것일까. 아니, 그런 것쯤은 인간 스스로 알아서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 사랑하고 성행위를 하면서 서로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감정도 스스럼 없이 주고 받으면서.
에고오~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옥임)  *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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