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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의 빈곤은 주목받지 못할까
‘결혼하면 된다’는 편견에 가려져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9월 25일자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워킹푸어’(working poor), 빈곤, 격차라는 단어가 일본 미디어에 등장하게 된지는 꽤 되었지만, 이를 설명할 때 ‘PC방 난민’이나 일용파견 등 주로 남성을 클로즈업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파트타임이나 파견근무 등 지금 근로빈곤의 문제가 되고 있는 불안정한 비정규 고용은, 애초에 여성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의 빈곤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일본 여성언론 <페민>에서는 ‘여성의 빈곤’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페민>은 반(反)빈곤 운동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에겐 대안으로 결혼이 있다?
 
▲ '여성의 빈곤' 좌담회에 참여한 구리타씨   © 페민
페민: 총무성이 발표한 2007년 노동구조 기본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전체 고용인구의 35%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비율을 남녀로 구분해보면 남성이 19.9% 여성이 55.2%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왜 빈곤문제에서 남성이 주목을 받는 것일까?

 
구리타: 남성이 빈곤해지는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변화의 폭이 적은 여성들 쪽이 오히려 차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데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평범해 보이는 문제가 사회문제로서는 더 뿌리가 깊다.

 
가와조에: 언론은 예전에도 가난했던 사람이 지금도 가난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검토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다만, 지금 빈곤문제가 표면화된 이유를 크게 보자면 ‘풀타임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전략적으로 남녀 대립을 넘어서, 풀타임 비정규직의 빈곤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페민: 여성의 빈곤이 방치되는 이유 중 ‘여성에게는 결혼이 있다’는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와조에: 여성은 ‘결혼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꼼꼼히 살펴보면 여성이 파트타임 노동을 하는 데는 성차별이 숨겨져 있는데 말이다. ‘결혼할 수 없는 남성이 늘고 있다’는 표현에는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이 일반적으로 ‘남녀커플이 아이를 양육한다’는 이미지라고 볼 때,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낮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리타: ‘결혼만 하면…’이라는 믿음만이 팽창하고 있다. 남편의 수입만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연 소득이 1천만엔 이상 필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런 높은 수입을 얻는 사람은 고작 1%에 불과하다. 여성에게도 고소득 남성과 결혼하면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구혼 활동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것들이 여성의 빈곤을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스즈키: 나는 14년간 복지사무실에서 여성상담을 해왔다. 가정폭력과 학대, 성폭력 등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 여성노숙자, 성매매를 하는 여성에 대한 보호와 자립지원 등을 해왔다. 그 중에는 결혼을 포함해 남성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폭력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에겐 결혼이 있으니 괜찮다’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다. 내친 김에 말하면 ‘피난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는 호적과 주민등록증이 ‘적’이다.

 
구리타: 나 자신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라 학교→취직→결혼이라는 의식을 어딘가에 갖고 있어, 결혼하면 안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비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일년계약직으로 진급도 없다. 이런, 이런. 난 앞으로 어떻게 사나? 하고 생각하면서 노동문제와 마주하게 됐다.

 
1980년대 ‘가구’단위 노동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이 ‘원인’

 
▲  '여성의 빈곤' 좌담회 가와조에씨  © 페민
구리타: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정규직 여성은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운다. 비정규직은 모두 여성인데, 육아가 끝났거나 독신이거나 둘 중 하나다. 비교적 장년인 비혼 여성층은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의 빈곤문제는 ‘주부 파트타이머’ 문제를 축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페민: 1980년대에 주부들의 노동이 파트타임화 되기 시작했다. 1985년에 연금 제3호 피보험자(국민연금, 후생연금 등 사회보험 가입당사자가 제2호 피보험자이며, 제3호 피보험자는 봉급생활자의 ‘배우자’ 중 전업주부나 수입이 적은 파트타임 주부 등 개인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노후에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말함. 여성의 연금권 확립을 목적으로 1986년 시작됨)가 제도화되다.

 
또 1986년에 노동자파견법이 시행되고, 1987년에 배우자 특별공제가 만들어지면서, 연 소득 100만엔 이하를 받고 일하는 주부 파트타이머와 봉급생활자 조합의 가정이 제도화되었다. 주부 파트타이머는 기업에게는 사회보장비용 부담 의무가 없고, 경기에 따라 쉽게 해고가 가능한 편리한 존재였다. 주부 파트타이머와 파견노동 문제를 방치해왔기 때문에, 지금 젊은 노동자에게까지 비정규직이 확대된 것 아닌가.

 
스즈키: 나도 14년간 비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만나온 ‘싱글맘’이나 폭력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여성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고용상태가 아니고, 아무리 일해도 월 12만엔 받으면 괜찮은 편에 속한다. 그렇게 여성의 임금, 특히 파트타이머의 낮은 임금을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한 것이 ‘가구(세대, 가족)’라는 인지시스템이다.
 

가와조에: 여성 파트타이머에 대한 차별이 방치되어온 원인은 노동운동 조직의 간부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원인도 있지 않을까.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구리타: 아이를 낳는 데는 가능한 연령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낳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하지만 출산, 양육을 전부 떠안은 채 일하게 되는 위험(risk)을 생각하면 소극적이 된다. 내가 지금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고, 말하자면 위험을 피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런 사회 상황과 자기 자신에 대해 울컥울컥 분노가 끓어오르고 억울하다.

 
스즈키: 우리 세대는 낳을지 말지는 내가 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목소리를 냈었다. 빈곤세대는 이혼율도 높고, 싱글맘에게는 빈곤문제가 응축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충분한 지원도 없는 빈곤의 재생산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의 빈곤을 보이지 않게 해온 것은 ‘가구(세대)’중심의 사고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비율이 낮아지고 이혼율도 높아지고 가정폭력의 처참함도 드러났다. 오히려 남자가 없는 편이 안심이다(웃음). 가구와 세대 중심의 생각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가와조에: 사회보장이 충실한 사회라는 이미지가 약하다. 임금만으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니, 임금이 높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복지제도가 갖추어지면, 임금이 낮아도 살아갈 수 있다.

 
페민: 그에 대해서는 세금에 대한 높은 부담 등 국민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구리타: 사회의 기본 단위를 ‘가족에게서 개인으로’ 바꾸고자 노력해온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즘의 흐름과 문제의식, 지혜가 우리 세대에게 전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페민: 지금까지 가시화되지 않았던 여성의 빈곤의 실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에서 여성빈곤의 해결책을 모색했으면 한다. (좌담 참가자들은 29일, 도쿄 센다가야구민회관에서 ‘여성과 빈곤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모임에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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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일다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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