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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아니라는 이유로 입주 거부당해
 재일조선인 입주차별 재판, 차별금지 조례제정 요구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하였으며,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재일조선인 변호사 강유미씨가 일본사회에서 입주 차별을 겪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당하는 일들이 일본사회에서 왕왕 일어나고 있다. 강유미씨의 경우는 작년 3월 오사카 지방법원에서 집주인과 화해가 성립되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았다. 오사카 시가 입주차별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시의 의무위반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7월, 오사카 고등법원은 시의 조례제정 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강씨의 패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3년에 걸친 재판을 통해 명백해진 사실은, 차별을 금지하려는 제도적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강씨가 겪은 것과 같은 입주차별이 일본사회에 공기처럼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자 한 글자 성씨 가진 사람이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타인의 지지와 도움이 정신적으로 큰 구원이 되었다"고 말하는 재일조선인 강유미씨. (오사카 거주)     © 페민
2005년 1월, 강유미씨가 변호사 배지를 단지 열흘째 되던 날이다. 그는 오사카 시 변호사회협동조합과 제휴관계에 있는 부동산중개회사를 통해 친구와 함께 살 집을 찾았다.

 
학생시절에도 재일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입주 차별을 경험해보았던 강씨는, 이번에도 집을 구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한편으로는 변호사회 제휴 중개회사라는 점에서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중개회사 측이 짧은 시간에 집주인과 두 차례나 전화통화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중개업자가 말했다. “한자 한 글자 성씨를 가진 외국국적의 사람(재일조선인, 한국인, 중국인 등)이 입주하길 원하지 않는 것 같네요.”

 
중개업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전에 거주했던 중국인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자는 집주인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집주인은 승낙하지 않았다.

 
강유미씨로서는 가능한 한 이 문제로 법적 제소를 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강씨는 “재판을 해봤자 집주인은 ‘조선사람한테 험한 꼴 당했다’고 느끼기밖에 더 하겠는가”하고, 오히려 차별을 더 조장할지도 모르는 역효과를 우려해 소송을 망설였다.

 
그래서 막판까지 집주인과 이야기를 거듭했지만, 집주인은 시종일관 “가족에게만 빌려주는 집이었기 때문에 입주를 거절했다”고 둘러댔다. 입주차별 문제로 피해를 본 친구와 지인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면서, 강유미씨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자신이 앞장서야 할 문제라고 결심하게 되었다. 10개월 후인 2005년 11월에 법적 제소를 단행했다.

 
지자체에 입주차별금지 조례 제정의무 있다

 
입주차별에 관한 소송은 지금까지 강씨의 재판을 포함해 네 차례 있었다. 법원에선 모두 다 차별의 위법성이 인정되어 승소나 화해가 성립되었다. 하지만 입주차별을 겪은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재판은 최후의 수단이다. ‘차별을 받은 쪽’이 증거를 모아 ‘차별행위’를 명백히 밝히지 않으면 안 되는 높은 장애물이 있다. 비용과 수고 역시 무거운 부담이 된다.

 
강유미씨 재판의 경우엔 다행히 협조적인 중개업자의 증언으로 집주인의 차별이 증명되었고, 결국 집주인이 입주차별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화해로 결론이 지어졌다.

 
일본에는 입주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 시는 2000년에 외국인,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입주차별을 금지하는 주택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시가 현의 경우도 2006년 중개업자와 집주인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금지 지침을 정했다. 하지만 이 지침은 벌칙 없이 노력하는 것을 목표하는데 그친다.

 
강유미씨는 고등법원 재판에서 ‘법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고 정한 헌법14조와, 일본도 1995년에 비준한 인종차별 철폐조약에 근거하여 오사카 시의 입주차별금지 조례정비 필요성을 주장했다. 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지만, 시에 조례제정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국제법 전문가인 신혜봉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교수는 “헌법은 (평등)조약을 지킬 의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며, “판결만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차별금지의 목표가 되지 못한다. 사람들이 보고 행동할 규범이 될만한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혜봉 교수에 따르면, 인종차별 철폐조약을 체결한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인권법을 정비하고 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차별피해 구제를 도모한다. 또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고용형태나 종교, 연령 등도 대상에 포함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이른바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만이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차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 보여야

 
주위의 재일 외국인에게 물으면, 상당수가 ‘거주차별’을 겪은 경험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재일 한국인은 집을 둘러볼 때 국적을 말하자마자 집주인이 “들어올 사람이 정해져 있다”며 딴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한 한국인 유학생은 “부모가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완곡’하게 거절당했다.

 
강유미씨가 수집한 사례 중에는 “‘중국인 입주 금지’라는 소리를 항상 들었다. 언젠가부터 당연한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게 돼,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한 중국인도 있다.

 
강씨는 말한다. “‘차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태도가 사회에 있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는 구제받는다”고. 반복되는 차별은 인간의 자아존중감을 좀먹는다. 최악의 경우, 차별이 극심해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 악순환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임시방편이 아닌, 차별금지 입법의 필요성을 직시해야 할 때다. 2008/10/06 일다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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