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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지적장애인성폭력, ‘저항’ 물을 수 있나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10. 26. 17:11

[기고] 지적장애청소녀 성폭력사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여성주의 저널 일다> 황지성 
 
 
<필자 황지성님은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소장입니다. -편집자 주>

대전 지적장애청소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최근 한 유명 작가가 언급을 해 ‘새삼’ 화제다. 한 여중생이 16명의 가해자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에서 피해 지적장애여학생이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이 전원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작가는 ‘우리사회에서 딸 키울 수 있냐’라고 언급했다.
 
성폭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가부장적 통념과 편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피해여성이 목숨을 걸고 성폭력에 저항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할 때 강간죄가 성립되기 어려운 현행 성폭력관련 법체계는 강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장애여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전 지적장애여중생 성폭력사건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피해를 당한 지적장애여성이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며 수사․재판부가 의심의 눈초리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저항여부, 장애상태 따지는 것은 왜곡된 시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구 성폭력특별법)은 성폭력범죄에 취약할 수 있는 장애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장애인 관련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러나 본 조항의 ‘(피해자가)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임을 이용하여’라는 조문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여, 피해 장애여성이 최중증의 장애상태일 경우만을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제정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성폭력사건에서 피해여성의 저항여부나 장애상태 등만을 따지는데 급급한 것은 여성의 정조 관념에 기반을 둔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며,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 작동하는 권력 문제에 대한 지독한 외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의 제대로 된 법적처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전 여중생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여학생이 적극적 저항을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기보다, 한 지적장애 청소녀가 학교나 주변 환경 속에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 또 그로인해 가해를 한 비장애남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권력 혹은 위계가 작동할 수 있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고등학교 재학 중인 남학생들 사이에서 한 피해자에 대한 정보가 교류되고, 급기야 성폭력 가해학생들의 수가 무려 16명이나 되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보라. 이미 피/가해자의 관계가 명백한 권력관계에 있었음을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이 속에서 가해자들이 별다른 폭행이나 협박이 없이도 쉽게 성폭력을 가할 수 있었음은 예측 가능하다.
 
사회적 관계망 단절 쉬운 지적장애청소녀의 특성 살펴야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하며 만나는 지적장애청소녀들은 집과 학교라는 유일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소외와 자기존중감의 결여 등을 심각하게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시기에 중요할 수밖에 없는 학교라는 환경에서 또래관계형성과 소속감 등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그녀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게 되는 유일한 매개는 자신들의 몸/성으로 강제되어지기 쉽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계 맺기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렵고, 저항하려 해도 이미 저항 할 수 있는 자기 자원과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지적장애청소녀들이 맺은 폭력적인 성적 관계는 지속화․고착화 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의 ‘극악무도함’만 집중해선 안 돼
 
현재 가해를 한 남학생들은 학교와 부모의 보호 속에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피해지적장애여학생은 집에서도 자신의 피해에 대해 공감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전학조치가 된 상태다.
 
서두에서 언급한 유명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수많은, 다양한 딸들’이 고통 받고 성적 폭력과 착취 상황에 놓여있다. 올해 초부터 일명 조두순 사건을 필두로 성폭력사건과 가해자들의 ‘극악무도함’에 계속 여론이 집중되었다.
 
이번사건은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 16명 남학생들이 지적장애여학생이라는 자신보다 약한 또래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다. 지적장애청소녀가 처한 다층의 사회구조적/문화적 취약함과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 문화를 드러내는 이 사건은 가해자 개인의 폭력성과 비윤리성에만 초점을 맞추던 지금까지의 관점으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제 막 들끓기 시작한 분노의 목소리는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주목해볼 일이다. (황지성)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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