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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 (2) 월경과 운동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은지 
 
 
[편집자주]기획 연재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는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질병 및 증상에 대한 이해와, 이를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체활동의 효과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필자 박은지님은 체육교육과 졸업 후 퍼스널 트레이너와 운동처방사로 일을 한 후, 지금은 연세대학교 체육연구소에서 신체활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운동과 스포츠'라는 영역은 아직까지 여성에게는 척박한 곳이라고 생각해 여성들이 편하고 올바르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개척해나가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학교 화장실에 가니 여학생 두 명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아, 시작했어. 어쩐지 허리가 아프더라.”
“진짜? 나도 할 때 됐는데. 다음 주에 행사 있는데 겹치면 어떡하지.”
 
두 사람은 생리대 자판기 앞에서 지금 겪고 있는 생리통에 대해, 또 앞으로 다가올 생리통에 대해 서로 하소연을 하다가 화장실을 나갔다.
 
나 역시도 생리라면 정말 지긋지긋하다. 생리통에 현기증, 피로 등등 평소보다 갑절은 힘든 일주일을 보내고 월경과 월경 사이에는 배란통도 겪는다. 이렇게 고생을 하다 보니 달마다 거르지 않고 월경을 한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보다는 ‘벌써? 또 시작이야’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월경과 관련된 다양한 불편감
  


▲ 월경시 통증을 느낄 때의 자궁수축 내압은 175.0mmHg±6.1mmHg로 이는 분만 제 2기 때의 자궁수축 내압(60mmHg~80mmHg)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 일다
 
월경과 관련된 불편감은 월경전증후군(PMS), 월경전후기증후군(PS), 월경전후기 고통(PD), 생리통을 포함한 월경곤란증(Dysmenorrhea) 등이 있다. 흔히 ‘생리통’이라고 하는 월경통과 월경곤란증은 ‘고통스러운 월경’이라고도 불리며 보통 월경시작 몇 시간 전이나 시작 직후부터 발생해서 2,3일 정도 지속된다. 많은 여성들이 이것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그 중 40%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10%는 심각한 장애를 경험한다.
 
월경곤란증은 월경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쥐어짜는 듯 심한 아랫배 통증, 아랫배부터 허벅지 안쪽까지 퍼져나가는 통증을 포함해서 두통, 구토, 허리통, 설사 또는 변비, 위통, 식욕 감소, 소화불량, 불면증, 현기증, 피로 등을 동반하는 증상을 말한다. 통증을 느낄 때의 자궁수축 내압은 175.0mmHg±6.1mmHg로 이는 분만 제 2기 때의 자궁수축 내압(60mmHg~80mmHg)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미국의 경우, 월경곤란증으로 인해 매년 1억 4천에서 6억 시간이 손실된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월경곤란증으로 고통 받는 여대생이 82.6%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의학계에서조차 방치되는 월경곤란증의 치료
 
대부분의 여성들은 월경곤란증으로 고통 받는 중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참거나, 누워서 쉬거나, 진통제 등을 복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심각한 월경곤란증도 정상 생리현상이겠거니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의학계에서조차 월경곤란증을 별로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실정이며, 마치 여성이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숙명처럼 여기고 있다. 심지어 최근 영국 왕립의대 스티브 필드 교수는 “생리통에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진통제를 먹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진통제를 먹는 것으로 월경곤란증을 해결하는 것은 일시적인 증상의 경감에 불과하다. 또한 진통제를 과다복용하거나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황달, 가려움증, 복통, 설사, 신장 기능 장애, 헛구역질, 구토, 복통과 같은 소화기계 장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비약물적이고, 부작용이 없으며, 간편하고,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월경곤란증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운동요법을 통한 월경곤란증의 완화
 
운동을 하면 ‘운동과 우울증’편에서 말한 바와 같이 중추신경계에서 베타 엔돌핀이라는 화학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진통제의 약 200배에 달하는 강력한 진통효과를 발휘함과 동시에 감정 조절을 도와주는 역할까지 한다(참고로 베타 엔돌핀의 ‘핀’은 마약 ‘모르핀’의 ‘핀’으로 ‘뇌 속의 마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월경 중에 베타 엔돌핀을 분비시켜야겠다면서 달리기를 하거나 산을 타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앉아있는 것,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아파죽겠는데 어떻게 일어나서 움직이라는 말인가. 게다가 두툼한 생리대까지 차고서 말이다. 이렇게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 때는 심호흡, 마사지, 온열요법 그리고 골반과 하체를 스트레칭 하는 유연성 운동이 효과적이다.
 
1. 심호흡

통증 때문에 우리 몸은 긴장하고, 경직되기 쉬운데 이것들은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선 눕거나 앉아서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손을 통증이 느껴지는 곳에 올려놓고 눈을 감은 뒤,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복부를 확장시키는 깊은 호흡을 한다. 그리고 입술을 조금 벌려 서서히 입으로 숨을 내쉰다. 이것을 10회 이상 반복한 뒤 눈을 뜨고 천천히 일어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증이 아니라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2. 마사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데 온열요법을 포함한 마사지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치골모 바로 위에서 실시하는 직접 마사지는 경련을 완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손바닥을 이용하여 하복부 전체를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마사지를 한다. 필자의 경우 통증이 심할 때는 하복부 쪽에 단단한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질 때가 있는데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네 손가락과 손바닥 모두를 이용하여 응어리를 풀어주는 방법을 사용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엉덩이 바로 위쪽과 허리 아랫부분을 안마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척추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누를 경우 다칠 염려가 있으니 척추를 중심으로 양 옆의 근육을 마사지하도록 한다.
 
3. 온열요법
 


▲ 좌훈요법과 같은 온열요법도 생리통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다 
 
필자가 한의원에서 일을 했을 때 그곳에서 월경곤란증이 심한 여성에게 가장 먼저 했던 처치는 배 위에 따뜻한 찜질팩을 올려놓는 것이었다. 한의학에서는 몸속의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흐름이 막히거나, 자궁에 충분한 영양공급이 되지 않거나 손발이나 아랫배가 차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체중이 갑자기 증가하는 경우 월경곤란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혈(기나 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풀고, 몸을 따뜻하게 해서 찬 기운을 몰아내는 약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월경곤란증의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꼭 한약이 아니더라도 꿀차, 생강차, 인삼차, 쑥차 등의 한방차는 찬 기운을 몰아내주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따뜻하게 끓여서 마시면 좋다. 반면 돼지고기, 찬 음료처럼 찬 기운을 가진 음식은 되도록 피한다.
 
그리고 좌훈(座薰)요법이라고 해서 ‘동의보감’등에 기록되어 있는 민간요법이 있는데 이것은 요강에 한약재를 넣고 끓는 물을 부은 뒤 그 김을 쐬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비데형 좌훈기가 개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동의보감’, ‘경암전서’ 등 옛 문헌에는 ‘여성의 소복(하복)의 통증과 질병은 모두 한기(寒氣)가 모여 딱딱해진 병이니 마땅히 훈증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따라서 약재를 끓여 자궁, 질, 항문에 그 증기를 쏘이면 뜨거운 증기가 그 안으로 들어가 살균, 소염, 수축작용 및 영양 공급을 하고 자궁과 그 주변의 장기 및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하여 하복부의 노폐물을 제거하게 된다는 요지이다. 좌훈요법을 꾸준히 하면 월경곤란증의 개선을 비롯해 피부가 깨끗해지고 변비가 사라지며 뱃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으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시도하기 전에는 꼭 한의사와 상의한 후 시행하도록 한다.
 
월경 중에는 가능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특히 배를 따뜻하게 보호해주어야 한다. 배 위에 찜질을 하는 것 외에도 세숫대야에 따뜻한 물을 넣고 양발을 담그는 족탕요법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만약 찜질팩을 준비하는 것이 어렵다면 헤어드라이어기를 이용해서 발, 허리, 배 등에 따뜻한 바람을 쐬어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너무 뜨거운 것을 몸에 대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한다.
 
4. 유연성 운동

월경곤란증의 해소를 위해 골반과 하체의 스트레칭을 권한다. 해부학적인 관점에서 골반은 좌우 관골과 천골, 3개의 뼈가 연결되어 있고 월경주기와 함께 개폐운동을 한다. 이때 골반이 순조롭게 개폐운동을 하지 못할 경우 골반 내부의 자궁이나 난소에 악영향을 미쳐 이것이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척추랑 골반이 비뚤어져 있어서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실제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중추가 되는 뼈가 잘못 자리잡혀있으면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 여성의 골반 구조 (그림 출처:wikipedia.org)   
 
평소에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스트레칭, 요가, 필라테스와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은 자세교정을 하는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비뚤어진 뼈들이 제자리를 잡게 되면서 인체의 모든 관절은 원활하게 가동할 수 있게 되고, 압박되어 있거나 방해받고 있었던 신경계의 흐름이 뚫리면서 신진대사가 잘 이루어지게 된다. 이외에도 신체관절의 유연성이 좋아지면서 관절의 퇴행성 변이를 예방하고, 갑작스러운 부상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월경 중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면 월경곤란증의 원인 물질 중 하나인 바소프레신(vasopressin)이 감소한다. 바소프레신은 항이뇨호르몬(ADH)이라고도 하며 뇌하수체 후엽에 저장되어 있다가 우리 몸에서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받으면 신장으로 가서 오줌을 농축시켜 수분상실을 막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이 바소프레신을 인위적으로 주입할 경우 자궁수축을 야기하여 월경통과 유사한 증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자궁근종 제거술, 자궁긁어냄술, 자궁경 수술 등에서 출혈을 조절하는 약물로 흔히 사용되며 바소프레신을 자궁근육 안에 주입하여 수술을 하면 출혈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바소프레신은 운동 강도의 증가와 비례하여 증가하는데 가벼운 유연성 운동을 포함하는 요가와 같은 저강도 운동을 하면 그 농도가 감소하며 월경곤란증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유연성 운동은 자궁을 비롯한 모든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이완시키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며, 통증을 경감시켜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운동선수와 무용수에게서 나타나는 무월경 증상
 
반면 운동선수와 무용가들은 월경곤란증이 아니라 월경 자체가 없어지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월경을 하지 않는 무월경의 판단기준은 월경의 분비가 3개월 이상 중단되는 것에서부터 1년에 3회 미만의 월경을 하는 것에 걸쳐있다.)
 
과도한 운동은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춰 무월경을 유발할 수 있고, 체지방량이 정상수준 이하로 감소하거나 영양 결핍, 과도한 스트레스도 무월경의 원인이 된다. 이외에도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자궁-배출관으로 연결된 생식 내분비 축의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신체 구조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발생하며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드물기는 하나 무월경 증상이 있는 사람 중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월경 중 고강도의 장기간 운동이 오히려 월경기 불편감 증상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사람마다 월경곤란증의 증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운동량은 다르므로 그 수준을 초과할 때는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운동과 생리통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영국 브리밍엄대 연구진은 18~25세 여대생 6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생리통과 운동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운동이 생리통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확고했기 때문에 여러 운동처방이 많이 행해져왔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운동과 생리통과의 관계에 대한 보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채식과 요가가 월경곤란증의 완화에 좋기는 하지만 채식과 요가를 충실히 하면서도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런 얘기만 듣고 “운동해봤자 무슨 소용”이라는 식의 생각은 곤란하다. 왜냐하면 운동은 월경곤란증의 해소 외에 우리의 마음과 몸에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득을 주며, 생체 호르몬의 균형을 잡아주고, 온 몸의 근육을 건강히 해줌으로써 우리가 생리통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악조건 가운데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운동이라는 수단을 통해 건강해진 근육과 뼈, 내장기관들은 우리 몸이 월경곤란증에 대항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월경곤란증을 완화하는데 운동이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만약 월경곤란증이 발생하는 이유가 자궁에 병이 생긴 것 때문이라면 백날 운동해봤자 오히려 병을 키울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본인의 증상이 심각하다고 느껴지거나 그것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꼭 병원 등의 전문기관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박은지)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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