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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교육일기 <나무 위의 아이들>을 공부하고 
 
아마존 강 유역의 자연환경과 그곳 원주민의 삶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다큐를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그것을 보면서 파괴되고 있는 밀림도, 원주민의 삶도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여 마음이 너무 아팠다.

구드룬 파우제방 "나무 위의 아이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기존의 순서를 바꿔 아영, 태준, 혜진, 한결이와의 수업에서는 구드룬 파우제방의 <나무 위의 아이들>(비룡소)이라는 동화책을 공부했다.
 
이 책은 바로 돈을 더 벌기 위해 불태워지는 아마존의 숲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뇨르 리폴’이라 불리는 농장주인은 농지를 넓히기 위해 숲을 불태울 결심을 한다. 그 농장에서 일하는 산타나씨는 숲이 없어지면 물이 말라 농사는커녕 황폐한 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리폴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산타나씨의 아이들도 숲을 불태운다는 소식을 듣고 앵무새, 원숭이, 나비, 그리고 개미 등 숲에 사는 동물들을 걱정한다. 숲을 불태우려고 하는 순간, 어른들은 나무 하나하나에 아이들이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리폴은 아이들이 죽든지 말든지 아랑곳하지 않고 숲에 불을 놓으려고 한다. 바로 그때, “아빠, 저를 불태우실 건가요?”하며 아이들과 함께 나무 위에 있는 아들을 발견하고는 숲을 태우려던 계획을 포기한다.
 
아이들과 이 책에서 발췌한 부분을 함께 읽고 나서, 나는 아마존 강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숲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아이들에게 좀더 설명을 해주었다.
 
실제로 이 책의 무대가 되고 있는 남미의 아마존 강 유역의 삼림은 목축지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이런 삼림파괴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도 매우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숲이 훼손되면서 땔감을 찾아 더 멀리까지 가야하고 물이 부족해 농사를 잘 짓지 못하는 등 가난한 나라 국민은 더욱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왜 이렇게 숲을 파괴하는 걸까?
 
첫 문제는 다음의 대화를 읽으면서 시작했다. “숲이 없어지면 시내도 없어집니다. 숲이 없어지면 밭도 황무지가 될 거예요. 여기 나뭇잎들은 공기를 맑게 해준답니다” 하며 숲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산타나씨에게, 리폴씨는 “무슨 소리야! 나는 더 많은 밭을 갖고 싶어. 밭은 돈을 벌게 해 주지. 개간을 하면 값을 단단히 받을 수 있어. 숲이 없어지면, 새 밭을 일굴 자리가 많아지는 거야” 라고 말한다. 이런 ‘세뇨르 리폴의 생각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물었다.
 
아이들은 모두 반대한다고 대답했다. 태준이는 “숲은 우리에게 맑은 공기를 준다. 그리고 나무의 뿌리로 물이 흘러가는 것을 꽉 붙잡고 있어, 홍수가 나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동물들의 서식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숲을 지켜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아영이도 태준이와 같은 이유를 들면서 이런 행동을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문제로는 ‘숲의 파괴로 인해 서식지를 잃게 되는 동물들의 처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불쌍하다고 입을 모았다. 혜진이는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나라도 너무 속상하고 슬플 것이다. 동물들은 서식지와 먹을 것을 잃어 굶어 죽거나 타 죽을 것이다. 그런 동물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우리로 눈을 돌려 ‘우리나라에서 숲은 어떤 이유로 파괴되고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농토를 넓히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다른 여러 이유들로 숲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아파트와 공장을 짓거나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또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등등 우리나라에서 숲이 파괴되는 이유들을 잘 발표했다.
 
‘그럼, 여러분이 위에서 발표한 이유들로 숲을 파괴하는 것은 과연 잘하는 걸까요?’ 하고 물었다. 이번 질문에도 모두들 그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한결이는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거나 또 광석을 캐내는 것을 안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미 이런 것들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더 가지려고 하지 말고 있는 것들을 아껴 썼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제 한 문제가 남았다. 나는 이 시점에서는 인도의 ‘칩코(나무 끌어안기)운동’을 소개한다. 칩코운동은 숲에 의지해 일상을 꾸리고 있는 여성들이 나무 하나하나에 매달려 숲을 파괴하려던 이들에 대항해 싸워, 결국 숲을 지켜낸 유명한 운동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이 숲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이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종이를 아껴 쓴다.
2) 못 쓰는 물건을 다시 꾸며서 사용한다.
3) 있는 것을 아껴 써서 나무를 베지 않도록 한다.
4) 나무와 식물을 많이 심는다.
5) 내가 다 쓴 것을 재활용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려준다.
6) 어른들께 숲이 파괴되면 생기는 일을 편지로 쓴다.
 
오늘은 어느 때보다 아이들의 입장이 공통된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모두 숲의 소중함에 공감한다고 생각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 숲이 주는 혜택을 이야기하면서 숲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
 
어쩜 남자어른들은 숲을 지킬 생각이 더 이상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가난한 나라 여성들만이 생존을 위해, 숲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분들은 그곳 갯벌에 의지해 살아온 여성들이었듯이 말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 공부를 마치고 나서도 마음이 내내 아팠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인진의 교육일기 -> 동물원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 아이가 만화책만 좋아하는데,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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