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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얼어죽은 화초들을 바라보며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0. 1. 1. 14:49

[윤하의 다시 짜는 세상]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 여러 개의 화분들이 나와 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10월 경의 일이다. 처음 나는 ‘누가 화초들에게 바람을 쐬어주려고 내놓았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되어도 그 화초들은 계속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렇게 겨울이 되도록 들여가지 않는 화초들을 바라보면서 설마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주인이 있는 그 화초들을 덥석 들고 가기도 마음 편한 것은 아니어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옆을 지나쳤다.

11월이 지나면서 또 다른 몇 집에서도 화초를 내놓았다. 그것들을 일부러 버렸다는 의심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곧 영하의 날을 맞았고, 또 눈도 내렸다. 며칠 전,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수도관이 얼어 터졌다는, 또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고 소식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우리 집도 베란다의 수도가 얼어, 날씨가 가장 추웠던 그제는 세탁기를 돌릴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다지 심하지 않아 금방 녹일 수 있었지만, 모든 보일러 밸브를 열어 집안 전체를 덥혔는데도 집 안은 쉽게 따뜻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내내 나는 밖에 나와 있는 화초들을 생각했다. 모두 죽었을 거라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 무사할 리 없는 노릇이라고.

물론, 이런 일을 처음 목격하는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알게 된 한 한국인 여성도, 출산을 몇 달 앞두고 그녀가 키우는 화초들을 모두 얼음이 꽁꽁 언 베란다에 일부러 내놓아 죽인 일이 있었다. 그녀는 당당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아기에게 먼지가 생기면 안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죽이는 거라고.

나는 그녀에게 아기를 몸 속에 키우면서도 어떻게 그런 마음이 들 수가 있냐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도 될 텐데 어떻게 그렇게 죽게 할 수 있냐며 듣기 싫은 말을 했지만, 그 때만 해도 그녀와 같은 사람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주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경우를 만나고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키우던 개나 고양이도 내다버리는데, 화초들이야 뭐가 그리 문제가 될까? 집 잃은 개와 고양이가 늘고 있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 하천에 범람하고 있는 아마존산 거북이에 대한 보도도 보았다. 물론, 그 거북이들은 종교행사 때 방생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지만, 집에서 키우던 거북이가 자라면서 냄새도 나고 키우기가 귀찮아 내다버린 것들도 섞여있다고 한다. 그들은 하천에서 살면서 우리 나라 하천의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어 정부에서 이들을 잡아 죽이고 있으며, 길에서 잡힌 개나 고양이도 일정 기간 동안 돌보다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으면 죽인다고 하니, 이들의 운명을 어찌 그들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 키울 때의 마음으로 계속 무언가를 돌보고 키우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어른들의 이런 태도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돌보던 동물이나 식물이 더 이상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다버려도 된다고 은연 중에 내면화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 끝까지 잘 돌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분명히 알고, 화초나 애완동물을 키울 건지 말 건지를 선택했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결심한 경우에도 피치 못할 여러 사정으로 더 이상 그것들을 돌볼 형편이 안 된다면, 주변 사람들이나 이웃들 중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고 나눠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도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분명 그들을 잘 돌봐 줄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화초를 버린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자기 집을 오가면서 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얼어 죽어 있는 그들의 화초들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면, 다음에는 좀더 신중하게 화초 키우기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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