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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노다메와 함께 클래식의 세계로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9. 12. 31. 13:01

니노미야 토모코의 <노다메 칸타빌레> 
 

다채로운 여성캐릭터를 그려낸 만화라면, 여성독자들에게 괜찮은 선물이 될 수 있다. 니노미야 토모코의 <노다메 칸타빌레>는 ‘노다메’라는 신선한 여성캐릭터를 선보인다. 순정만화보다는 명랑만화에 어울릴 것 같은 이 여성캐릭터는 일단 재미있다.

이 음대 여학생의 자취방 구석에는 쓰레기가 가득하고 곰팡이가 핀 밥그릇까지 튀어나온다. 가스가 끊겨 목욕하지 못하는 날도 많다. 그녀는 악보 보는 법도 모르지만 한번 듣기만 하면 특유의 ‘절대음감’과 화려한 기교를 발휘하여 피아노를 연주하는 기이한 천재다.

노다메의 옆집에는 어느 한 곳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미청년 치아키가 산다. 치아키의 장래 희망은 피아노 연주가 빼어난 세계적인 지휘자. 그에게 약점이 있다면 비행기 공포증으로 해외로 유학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노다메의 옆집에 산다는 것. 우연히 노다메와 알게 된 치아키는 노다메의 대책 없이 명랑한 분위기에 휘말려서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니노미야의 주특기는 치아키와 같은 완벽주의자를 노다메와 같은 대책없이 즐겁게 사는 캐릭터들 속에 집어넣어서 망가뜨리는 것이다. 노다메는 치아키를 경외하며 쫓아다니지만, 정작 노다메의 식사를 챙겨주고 미숙한 노다메의 피아노에 대한 정열을 자극하는 몫은 치아키에게로 돌아간다.

음악에 대한 치아키의 열정은 노다메를 비롯한 주변인들을 음악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또 다른 매력은 클래식의 세계로 독자들을 쉽게 안내한다는 것이다. 이 만화에서 클래식은 클래식 종사자들과 일부 팬들만이 관심을 가지는 사치스럽고 현학적인 예술의 틀을 벗어나서 어떤 사람이라도 감동시키기를 원하는 소박하고 성실한, 그래서 감동적인 예술로 그려진다.

치아키와 노다메의 열정적인 연주는 갈등 중이던 치아키네 외가 사람들을 평안하게 만들어준다. 치아키가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하면서 얻는 것은 돈이나 명성보다는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연주기술이다.

이런 점에서 노다메의 과거 에피소드는 인상적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피아노학원에서 유학을 목표로 지나치게 엄격한 수업을 받다가 선생과 다툰 후, 연주자로서의 경력 추구에만 몰두하는 프로들의 딱딱한 세계를 싫어하게 된다.

이처럼 <노다메 칸타빌레>의 세계에는 음악에 대한 욕심이 있을 뿐, 그 외 명예욕이나 물욕과 같은 욕심이 없다. 치아키를 둘러싼 애정관계나 콩쿨에서의 경쟁과 같은 그 모든 심각한 상황들은 부드럽고 유쾌하게 처리된다. ‘변태’ 천재 지휘자 슈트레제만부터 쾌활한 중국집 아들 미네, 치아키에게 연정을 품은 ‘여성적인’ 남자 마스미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무리 없이 제 빛깔을 발휘하며 조화를 이룬다.

소박한 ‘노다메’의 세계가 매력적인 데는 노다메라는 캐릭터의 유쾌함 외에도 클래식에 대한 세심하고 탄탄한 묘사가 한 몫을 한다. 치아키와 오케스트라의 연주장면은 마치 연주회에 있는 것과 같은 신실한 분위기를 낸다(물론 작가도 고백한 바 있지만,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연주회에 가면 상당히 졸립다). 지휘법이나 악기에 대한 소개는 전문적으로 클래식을 듣거나 연주하는 사람도 그럴듯하다고 동감할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다루었다. 노다메가 정식으로 음악 세계에 입문하면서 독자들 또한 노다메와 함께 슈베르트나 리스트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설정들로 채워져 있다. 완벽하고 냉정한 남주인공, 순진한 여주인공, 유년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서로 더 가까워지는 스토리라인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만화는 억지로 심각한 감정을 짜내지 않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이하고 유쾌한 캐릭터 노다메를 통해 담백하게 내용을 이어나간다.

일본에서 28회 고단샤 만화상을 수상하는 등 인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던 이 만화는 욕심 없이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관찰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눈여겨볼 만 하다. (김윤은미)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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