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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청소년들의 수가 무시할 수 없는 규모임에도, 우리 사회는 집을 나온 십대여성들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가출 십대여성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노동환경 속에서, 쉽게 성 산업과 ‘원조교제’로 유입되고 있다.
십대들, ‘가출’에 대한 가치관 자유로워
기성세대가 청소년 가출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십대들의 가출은 더 이상 ‘소수 문제청소년의 비행행동’이 아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접촉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십대들의 가출 경험률은 12.8%에 달했다. 또, 최근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십대여성 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평균 나이 16.5세)의 34.2%가 가출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늘푸른여성지원센터가 주최한 ‘2009 늘푸른 포럼’에서 <십대여성의 근로환경 실태조사결과>를 보고한 김혜진 교수(세종대학교 경영학과)는 ‘현재의 청소년들은 가출에 대한 가치관이 지극히 자유롭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가출’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 도구, 또래집단들과의 유대를 강화시키기 위한 결속행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또한 이번 연구결과, 가출 십대여성들은 “가정 내에서 부모님과의 불화나 폭력을 피하기 위해” 도피적인 의도로 집을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집을 나온 십대여성들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
김혜진 교수는 가출 십대여성들이 주로 친구 집, 찜질 방, PC방을 전전하며 가출기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렇게 열악한 거주, 생활환경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 원조교제, 과음 등 위기상황까지 맞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살 곳’과 ‘일’이 필요한데 “여자는 할 게 성매매밖에…”
특히 이번 ‘십대여성의 근로환경 실태조사’에서 설문응답자인 243명 외에 보다 취약한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13명을 심층면접 한 내용을 보면, ‘주거’와 ‘일’이 필요한 십대여성들에게 ‘성매매’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바(bar) 이렇게 나와 있어도 ‘바에서 모집합니다. 칵테일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나와 있어서 친구가 갔어도 나중에 얘기 들어보면은 그게 아닌 거 있잖아요. (…) 결국엔 그런 거 있잖아요. 뭐 2차를 안가도 이제 같이 앉아서 자리에 해서, 예, 뭐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사례1/ 20세_중학교 때 음식점 서빙, 현재 직업체험 커피전문점 근무)
“이상하게 남자들이 저 갈 데 없어서 앉아 있으면 말을 걸어요. ‘너 갈 데 없니?’ 이러고, 뭐 사주고, 근데 막 하라는 거예요. 그게 싫었거든요. 택시아저씨들도 똑같아요. 벤치에 누워있으면 ‘얘, 너 갈 데 없니? 내가 좀 데려다 줄까? 타라.’ 이러고, 그럼 전 아무 것도 모르고 탔죠. 근데 이러면 돈이…” (사례2/ 26세_14세 때 슈퍼, 편의점, 주유소등. 18세 때 노래방도우미, 룸살롱 등 전전. 현재 성인쉼터)
“솔직히 나는 그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남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는 아르바이트 하기가 쉽잖아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 여자애 10대 애들 보면은 ‘남자로 태어날 걸 그랬다’, ‘나도 그렇다’고 그러면서 다 그래요.. 여자는 시켜주지 않으니까. 여자는 할 게 성매매밖에 없으니까..” (사례3/ 17세_중3 자퇴. 전단지 돌리기로 아르바이트 시작. 부모와 연락두절)
안전한 숙식 등 최소한 위험으로부터 안전망 필요
김혜진 교수는 우리 사회가 “십대여성들이 가출 기간 겪는 생활고와 정신적 그리움과 두려움,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협 등을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가출의 경우 “안전한 숙식 제공, 정신적 안정과 귀가를 지원하는 상담, 문화시설 제공” 등, 장기가출 청소년들에겐 “경제적 자립, 대안적 교육제공” 등 맞춤형 지원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 번의 경험으로서 가출을 해본 청소년들이 그 한 번의 가출경험으로 인해 인생의 큰 포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십대여성의 근로환경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십대의 노동경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제기됐다.
김혜진 교수는 특히 정부가 ‘구직’정보와 상담을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일터에서 노동법이 준수되도록 개입해야 하며, 학교에서도 학생아르바이트를 인턴십 등 경력개발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십대여성들이 “건강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이여울 / 일다 www.ildaro.com]
[성매매 유입, 주택정책으로 해결 | 십대들의 일은 ‘일’이 아니다? | 십대들 ‘노동인권’ 교육받다]
십대들, ‘가출’에 대한 가치관 자유로워
기성세대가 청소년 가출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십대들의 가출은 더 이상 ‘소수 문제청소년의 비행행동’이 아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접촉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십대들의 가출 경험률은 12.8%에 달했다. 또, 최근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십대여성 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평균 나이 16.5세)의 34.2%가 가출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1월 12일 서울시 늘푸른여성지원센터 주최 ‘2009 늘푸른 포럼’ -십대여성 근로환경 실태조사보고 및 지원프로그램
최근 들어 ‘가출’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 도구, 또래집단들과의 유대를 강화시키기 위한 결속행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또한 이번 연구결과, 가출 십대여성들은 “가정 내에서 부모님과의 불화나 폭력을 피하기 위해” 도피적인 의도로 집을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집을 나온 십대여성들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
김혜진 교수는 가출 십대여성들이 주로 친구 집, 찜질 방, PC방을 전전하며 가출기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렇게 열악한 거주, 생활환경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 원조교제, 과음 등 위기상황까지 맞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살 곳’과 ‘일’이 필요한데 “여자는 할 게 성매매밖에…”
특히 이번 ‘십대여성의 근로환경 실태조사’에서 설문응답자인 243명 외에 보다 취약한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13명을 심층면접 한 내용을 보면, ‘주거’와 ‘일’이 필요한 십대여성들에게 ‘성매매’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바(bar) 이렇게 나와 있어도 ‘바에서 모집합니다. 칵테일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나와 있어서 친구가 갔어도 나중에 얘기 들어보면은 그게 아닌 거 있잖아요. (…) 결국엔 그런 거 있잖아요. 뭐 2차를 안가도 이제 같이 앉아서 자리에 해서, 예, 뭐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사례1/ 20세_중학교 때 음식점 서빙, 현재 직업체험 커피전문점 근무)
“이상하게 남자들이 저 갈 데 없어서 앉아 있으면 말을 걸어요. ‘너 갈 데 없니?’ 이러고, 뭐 사주고, 근데 막 하라는 거예요. 그게 싫었거든요. 택시아저씨들도 똑같아요. 벤치에 누워있으면 ‘얘, 너 갈 데 없니? 내가 좀 데려다 줄까? 타라.’ 이러고, 그럼 전 아무 것도 모르고 탔죠. 근데 이러면 돈이…” (사례2/ 26세_14세 때 슈퍼, 편의점, 주유소등. 18세 때 노래방도우미, 룸살롱 등 전전. 현재 성인쉼터)
“솔직히 나는 그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남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는 아르바이트 하기가 쉽잖아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 여자애 10대 애들 보면은 ‘남자로 태어날 걸 그랬다’, ‘나도 그렇다’고 그러면서 다 그래요.. 여자는 시켜주지 않으니까. 여자는 할 게 성매매밖에 없으니까..” (사례3/ 17세_중3 자퇴. 전단지 돌리기로 아르바이트 시작. 부모와 연락두절)
안전한 숙식 등 최소한 위험으로부터 안전망 필요
김혜진 교수는 우리 사회가 “십대여성들이 가출 기간 겪는 생활고와 정신적 그리움과 두려움,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협 등을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가출의 경우 “안전한 숙식 제공, 정신적 안정과 귀가를 지원하는 상담, 문화시설 제공” 등, 장기가출 청소년들에겐 “경제적 자립, 대안적 교육제공” 등 맞춤형 지원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 번의 경험으로서 가출을 해본 청소년들이 그 한 번의 가출경험으로 인해 인생의 큰 포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십대여성의 근로환경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십대의 노동경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반적으로 제기됐다.
김혜진 교수는 특히 정부가 ‘구직’정보와 상담을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일터에서 노동법이 준수되도록 개입해야 하며, 학교에서도 학생아르바이트를 인턴십 등 경력개발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십대여성들이 “건강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이여울 / 일다 www.ildaro.com]
[성매매 유입, 주택정책으로 해결 | 십대들의 일은 ‘일’이 아니다? | 십대들 ‘노동인권’ 교육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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