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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장애인과 동행하면서 알게 된 ‘불편함’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9. 10. 26. 09:00
:지하철 전 역에 승강기 설치, 장애인콜택시 늘려야

장애인과 동행을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사회에서 겪게 된 ‘불편함’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다

야학교사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곳에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세상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마련이고, 그러니 야학이라는 공간에 한데 섞여있는 게 대수랴 싶었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할애하거나 노력을 해서 극복할 수 없는 ‘불편함’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야학에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친구를 한 명 사귀었다. 나보다 다섯 살 많고, 취향도, 취미도, 뭐 하나 비슷한 것이 없다. 그녀는 야학에서 검정고시로 초.중.고등학력을 취득한 후, 방송대 영문과에 진학해 학업을 마쳤다. 지금은 야학에서 교사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나보다 3년 먼저 교사활동을 시작한 선배인 셈이다.

 
언니와 친해지면서, 이동할 때 시간이 조금 더 걸리거나 간혹 내가 활동보조를 하는 정도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같이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고, 같이 다니는 일들이 많아지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개인의 인격이나 성품과는 크게 상관없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동행하는 일의 ‘불편함’이 도를 넘는 데서 오는 문제였다.
 
집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지쳐 어색하게 침묵하거나 억지로 밝은 척 웃는 일이 많아졌다. 언니와 1~2년 함께 다니면서 장애인이 집밖으로 나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게 되었다.
 
그녀가 강좌 수강을 포기한 이유
 
10월, 우리는 한 단체에서 주관하는 글쓰기강좌를 신청했다. 1호선 대방 역에 있는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두 시간 가량 8주간 진행되는 강좌다.
 
서울여성플라자는 장애인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건물이지만, 문제는 대방 역에서 그 건물까지 이동하는 일이었다.
 
승강장에서 개찰구까지 리프트로: 대방 역은 현재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승강장에서 개찰구까지 리프트를 이용해 이동해야 했다. 리프트를 올리고 내리고 10~15분이 소요된다. 이 리프트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6출구로 나와 차량 이용해 길 건너기: 서울여성플라자는 대방 역 3번 출구에서 3분여 거리지만, 3번 출구는 승강기 설치공사 중이고, 계단으로 연결된 좁은 지하보도엔 리프트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 출구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경사로가 있는 6번 출구로 나가서, 3번 출구 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즉, 길 건너편으로 나가서 길을 건너야 하는데,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길을 건너갈 방법은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장애인 이동을 위해 무료 차량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퇴근시간이라 길이 막혀서 20여분이 소요됐다.
 
도보 5분거리, 1시간15분 걸려 도착: 강좌를 듣는 우리 일행 셋 중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두 명이 있었다. 일행이 모두 길을 건너 서울여성플라자 앞에 도착한 시간은 장애인 한 사람 이동시간의 두 배다. 대방 역에 도착한 시간은 6시인데,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7시 15분이었다. 비장애인이 3~5분이면 오는 거리가 장애인 한 명이 올 경우 30~35분, 두 명일 경우는 60~70분 이상 걸리는 것이다.
 
차량서비스는 7시까지만, 7시 이후는? 그나마도 차량이용서비스는 7시까지만 제공된다고 했다. 대방 역 측과 이동에 관해 문의할 때, 차량이용시간에 대한 안내는 받지 못했다. 7시 이후에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대방 역 3번 출구로 이동하기 위해 이동식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이동식 리프트는 사람이 수동으로 조종하는 리프트인데 중간중간 계단이 끊기고 평지가 나올 때마다 휠체어가 45° 각도로 허공에 뜨고 그때마다 앞바퀴가 8cm가량 들린다. 시간은 수직형 리프트보다 더 오래 걸리고, 안전은 뭐라 말할 수준도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안전하지 않다’ 수준이 아니라 ‘위험하다.’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 ‘기본 2시간’: 목적지로 가는 차 안에서, 강좌가 끝난 후 집에 어떻게 가야 할지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없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용산 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선 기본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8시35분 경 예약을 했다. 이동경로를 알아보느라 예약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에, 강좌가 끝나고 한 시간 정도 길에서 기다리는 것은 감수하기로 했다.
 
9시 반이 못되어서 강좌가 끝나고, 우리는 한 시간 정도 거리에서 기다렸다. 늦은 시간이라 이용자가 많지 않겠다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보았다. 늦은 시간에는 장애인콜택시 운행대수도 줄어든다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장애인콜택시 이용 대기시간은 어느 시간대나 2시간 이상으로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10시 24분 지나는 시간, 앞으로 3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하고, 대기자가 10명 있어 30분 후에도 이용할 수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밤10시30분 대방역 3출구로 이동: 인천행 1호선 전철과 인천지하철 막차 시간을 고려하면 서울에서 발이 묶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는 행사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무리를 해서라도 계단이 있는 대방 역 3번 출구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언니는 업히고, 언니의 전동휠체어는 행인과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들고 내려왔다. 전동휠체어를 들려면 장정 5명은 있어야 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전동휠체어에서 내려올 수 없는 형편이어서, 위험하지만 전동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이동식리프트를 이용했다. 45° 경사로 허공에 들리고 앞바퀴가 8cm가량 띄는 상황을 여러 차례 반복, 이동하는 내내 위험천만한 순간이 속출해 그때마다 간을 졸였다.
 
안전을 담보로 한 대방역 승강장 행: 전동휠체어를 사람들이 직접 들고, 이동식리프트를 이용하고, 비장애인이 3분이면 이동할 거리를 관계자 3명, 행인 1명, 공인근무요원 3명, 나까지 몇 명이 전전긍긍하여 무려 50여분이 넘게 걸려 겨우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안전을 담보로 해서 말이다. 진이 다 빠졌다. 전철 문이 닫히는 시간을 지연시키며, 사람이 가득 찬 전철을 타는 일쯤은 아주 쉬운 일에 속했다.
 
이날 우리는 막차를 놓치지 않고 무사히 귀가했다. 과연 ‘무사히’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좌우간 우리 셋은 모두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2주차에는 언니가 아파 강좌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한 명은 강좌 수강을 포기했다. 강좌도 좋았고, 내심 기대도 많았던 터였다. 행사 주최 측 관계자 분들도 성심 성의껏 지원해주었다. 수강포기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잘못도 아니고, 개인이나 단체 차원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해결방법은 명확하다. 장애인콜택시의 대기시간이 ‘2시간은 기본’이라는 인식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 모든 역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최소한의 이동 가능한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소희/일다 www.ildaro.com [관련기사] 공중에서 멈춘 리프트…난 이제 죽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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