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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일다는 공동으로 기획하여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쓰는 인권이야기를 싣습니다. 이주민의 시선에 비친 한국사회의 부족한 모습을 겸허히 돌아보고, 이주여성의 입을 통해 다양한 문화감수성과 인권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기획연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필자 한영애님은 중국 흑룡강성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지 4년 8개월 되는 결혼이민여성입니다. -편집자주]
가부장적 한국사회, 남편과 시부모도 교육 필요해
저는 조선족이지만, 한족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4년 8개월 전, 한국인남편과 결혼할 당시 의사소통과 문화차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이 정도라도 글을 쓸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생각하게 된 인권과 차별, 그리고 ‘존중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베트남 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중국결혼 400만원, 추가비용 일체 무”라는 현수막을 길에 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결혼중개업체 광고라지만, 결혼이민여성으로서 인신매매 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분노하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무슨 목적이던 우리들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결혼이민여성을 속이고 인권을 침해하면서 결혼을 시키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 무슨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7월부터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강사로 취직했습니다.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가정폭력상담 통역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결혼이민여성이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많습니다.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지금까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우리 결혼이민여성만 한국어, 한국문화 등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살려면 이러한 공부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남편과 시부모님도 같이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남편 손에 좌지우지되는 ‘결혼이민여성 인권’
앞의 광고처럼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도 존재하지만, 우리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가족들입니다. 외국에서 시집을 왔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니 그냥 시부모님이나 남편이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것입니다. 자기 고향에서 이십 년 삼십 년 살아 온 생활습관과 문화 등을 다 버리고, 한국에 왔으니 한국방식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사상입니다.
특히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에 온 결혼이민여성들에 대해선 돈을 주고 사왔으니 말을 안 들으면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을 하거나, 물건처럼 교환이나 환불을 해달라는 곳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 오자마자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기고, 외출을 통제 당하고, 행복을 바라면서 한국에 왔는데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것. 입장 바꾸어 한국남성이 외국에서 똑같은 일을 당하면 어떻게 느낄지 정말 궁금합니다.
한국의 시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딸이 외국에 시집가서 이렇게 사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결혼이민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하니까 폭행, 살인, 이혼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혼이민여성들은 일방적으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응방식은 “그냥 참고 산다”입니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한국에서 결혼이민여성의 법적 지위가 남편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은 체류기간 연장신청이나 국적신청을 하려면 남편의 동행과 신원보증서가 꼭 필요합니다. 남편이 체류연장신청을 안 해주면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단속과 강제추방 될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결혼이민여성의 안정적인 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으면 결혼이민여성의 인권침해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모릅니다.
우리 가족부터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소중한 가족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아내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고, 결혼이민여성이 한국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듯 우리의 문화도 인정하고 존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의 사랑과 존중, 배려 속에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외국인 ‘차별대우’ 심해
한국에서 살면서 제일 많이 느꼈던 것은,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은 대접받고 살고,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은 무시를 당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 행을 선택하는 동기는 다양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나라보다 잘 사는 한국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는 여성들도 많을 것입니다. 선진국 나라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전세계 사람들이 다 가지는 ‘로망’이겠지요.
처음에 단지 경제적인 동기로 한국 행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을 우리의 가족과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편견과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적인 시민으로 교육받고, 일할 권리를 달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한국에 온 결혼이민여성들은 또다시 한국에서도 어려운 가정형편에 처하기 쉽습니다. 그나마 좀 보태려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싶지만,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들로 인해 대부분 결혼이민여성은 취직하기가 어렵습니다. 일을 얻는다 해도 단순 노동직이나, 공장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을 구하더라도 대부분 노동시간이 너무 길고 월급도 적게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한국사람들도 취직하기 어려운데, 결혼이민여성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기술과 정보를 획득하고 싶지만 국비무료교육이나 기술, 정보화 교육의 혜택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신청하더라도 최종 귀화 허가 통지까지 통상 1년 반에서 2년여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재로 약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는 외국인으로서 아무 교육도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직업훈련과 일자리 제공 등 결혼이민여성들이 독립적인 시민으로 한국사회에 함께 참여하여 생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노력을 하여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인식과 인권침해 등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별을 피부로 느끼는 저로서는 조금의 변화를 더 요구합니다. 이 땅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이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뿐 아니라 작은 곳에서부터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또 필요합니다. 결혼이민여성 친구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일다 www.ildaro.com]
[이주여성] “언니가 한국에서 인신매매 당했어요” | 한국어 잘하면 친구가 될 줄 알았는데…
필자 한영애님은 중국 흑룡강성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지 4년 8개월 되는 결혼이민여성입니다. -편집자주]
가부장적 한국사회, 남편과 시부모도 교육 필요해
결혼이민여성으로 살면서, 한국사회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러스트-느티.박현정
“베트남 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중국결혼 400만원, 추가비용 일체 무”라는 현수막을 길에 다니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결혼중개업체 광고라지만, 결혼이민여성으로서 인신매매 당하는 기분이 듭니다. 분노하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무슨 목적이던 우리들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결혼이민여성을 속이고 인권을 침해하면서 결혼을 시키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 무슨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7월부터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강사로 취직했습니다.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가정폭력상담 통역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결혼이민여성이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많습니다.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지금까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우리 결혼이민여성만 한국어, 한국문화 등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살려면 이러한 공부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남편과 시부모님도 같이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남편 손에 좌지우지되는 ‘결혼이민여성 인권’
앞의 광고처럼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도 존재하지만, 우리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가족들입니다. 외국에서 시집을 왔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니 그냥 시부모님이나 남편이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것입니다. 자기 고향에서 이십 년 삼십 년 살아 온 생활습관과 문화 등을 다 버리고, 한국에 왔으니 한국방식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사상입니다.
특히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에 온 결혼이민여성들에 대해선 돈을 주고 사왔으니 말을 안 들으면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을 하거나, 물건처럼 교환이나 환불을 해달라는 곳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 오자마자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기고, 외출을 통제 당하고, 행복을 바라면서 한국에 왔는데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는 것. 입장 바꾸어 한국남성이 외국에서 똑같은 일을 당하면 어떻게 느낄지 정말 궁금합니다.
한국의 시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딸이 외국에 시집가서 이렇게 사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결혼이민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하니까 폭행, 살인, 이혼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혼이민여성들은 일방적으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응방식은 “그냥 참고 산다”입니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한국에서 결혼이민여성의 법적 지위가 남편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은 체류기간 연장신청이나 국적신청을 하려면 남편의 동행과 신원보증서가 꼭 필요합니다. 남편이 체류연장신청을 안 해주면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단속과 강제추방 될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결혼이민여성의 안정적인 법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으면 결혼이민여성의 인권침해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모릅니다.
우리 가족부터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소중한 가족구성원으로 인정하며 아내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고, 결혼이민여성이 한국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듯 우리의 문화도 인정하고 존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의 사랑과 존중, 배려 속에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외국인 ‘차별대우’ 심해
한국에서 살면서 제일 많이 느꼈던 것은,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은 대접받고 살고,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은 무시를 당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 행을 선택하는 동기는 다양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나라보다 잘 사는 한국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는 여성들도 많을 것입니다. 선진국 나라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전세계 사람들이 다 가지는 ‘로망’이겠지요.
처음에 단지 경제적인 동기로 한국 행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을 우리의 가족과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편견과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적인 시민으로 교육받고, 일할 권리를 달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한국에 온 결혼이민여성들은 또다시 한국에서도 어려운 가정형편에 처하기 쉽습니다. 그나마 좀 보태려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싶지만,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들로 인해 대부분 결혼이민여성은 취직하기가 어렵습니다. 일을 얻는다 해도 단순 노동직이나, 공장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을 구하더라도 대부분 노동시간이 너무 길고 월급도 적게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한국사람들도 취직하기 어려운데, 결혼이민여성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기술과 정보를 획득하고 싶지만 국비무료교육이나 기술, 정보화 교육의 혜택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신청하더라도 최종 귀화 허가 통지까지 통상 1년 반에서 2년여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재로 약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는 외국인으로서 아무 교육도 받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직업훈련과 일자리 제공 등 결혼이민여성들이 독립적인 시민으로 한국사회에 함께 참여하여 생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에서 많은 노력을 하여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인식과 인권침해 등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별을 피부로 느끼는 저로서는 조금의 변화를 더 요구합니다. 이 땅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이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뿐 아니라 작은 곳에서부터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또 필요합니다. 결혼이민여성 친구들,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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