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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팔려, 거짓으로 '친자' 등록된 아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아동매매 불법입양’ 사건이 지난 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한국의 입양제도와 출생신고제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대구지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생후 3일된 신생아를 판 동거부부와, 이를 알선하고 불법으로 입양한 주부가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불법입양과 반인륜적인 아이매매 행위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거부부는 1년간 월세 방에서 살아오다 아기가 생기자, 처음에는 낳아서 입양 보낼 생각이었으나 출산비용 등 경제적 이유로 양육이 어렵게 되자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5월 25일 오후 4시쯤, 울산 울주군 한 커피숍에서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A씨에게 200만원을 받고 생후 3일된 자신들의 아이를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는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이 아이를 넘기면서, 465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아이는 B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친자’로 등록된 상황이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 의해 돈을 받고 팔려서 또다시 거래된 후, 다른 사람의 자녀로 둔갑한 셈이다.
 
출생신고와 입양제도의 허점이 낳은 필연적 결과 
 

출생신고제는 허위신고에 따른 불법입양과 아동매매, 납치 등의 범죄를 양산하고 있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건복지가족부는 3일, 입양관련 법을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입양특례법 개정 T/F팀을 운영”해 입양절차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처벌수위도 상향 조정해서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입양특례법상으로 입양을 하려면, 보건복지가족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로부터 허가를 받은 입양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아울러 아이매매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40조에 의거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문제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적극 대처” 운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이전에, 이런 불법입양 사례를 모르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신종플루로 인해 위기에 몰린 보건복지가족부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을 우려해, 언론보도 하루 만에 T/F팀까지 구성하고 나선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아이매매 사건은 간간이 언론을 통해서도 노출되어왔고, 약간의 관심만 가져도 불법입양문제에 대한 입양부모 당사자들의 호소나,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전문가의 글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출생신고제는 아동거래를 막을 수 없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번 사건이 한국의 출생신고제와 입양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저질러진 사건이며, 허술한 자녀호적입적이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에 끔찍한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출생신고제 하에서는, 출생신고 되어 있지 않는 아이가 거래를 통해 불법으로 입양된다 해도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호적법에서는 (입양한 아이를) 집에서 출산한 것으로 해서 2인의 증인만 확보하면 손쉽게 누구나 출생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아동을 불법으로 매매하여 입양시킨 사례가 바로 이번에 발생한 아동매매사건이다. 이런 가능성을 지금까지 보건복지가족부가 모르고 있었을까?
 
이처럼 허술한 출생신고 체계는 실종된 아동을 영원히 찾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실종아동을 누군가가 허위출생신고를 통해 자기 가정에 편입시켜버리면, 성과 이름이 다른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아동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같은 사례도 몇 년 전 경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고, 언론보도도 되었다. 그런데 이 사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는 모르고 있었을까?
 
비혼모에 의해 탄생하는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입양될 날만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이 아이들을 위해, 국가는 관련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하고 관리해 왔다. 그러나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이 아이들의 존재는 국가인구통계자료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아동의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건만, 오히려 정부는 탄생과 더불어 보장되어야 할 인권을 처음부터 방관한 채 부정하는 냉혹한 입장을 취해왔다.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된 대다수 아동이 합법적인 절차인 ‘양자입양신고’ 대신 ‘허위출생신고’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건복지가족부는 진정 몰랐을까? 허위출생신고를 통한 이상한 입양제도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단 말인가?
 
‘신생아는 모두 신고돼야 한다’ 출생등록제등 전환
 
이번 사건은 병원에서 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생신고제의 허점을 이용해 ‘매매’에 이은 불법입양으로 이어진 사건이지만,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분변화 및 조작의 가능성은 출생신고 이전에 항상 노출되어 있어, 한국은 아동인권과 보호에 큰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합리적인 국가인구 및 보건계획과 정책수립을 위해서라도 타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출생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 혹은 신생아 사망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출생한 신생아는 모두 신고되도록 출생신고체계를 조속히 갖출 필요가 있다.
 
또 입양 시 양자입양절차를 통한 신고를 의무화해, ‘합법적 입양’을 정착시켜야 한다. 동시에 비밀을 보장받고자 하는 입양부모의 욕구를 반영해, 양자입양절차를 통한 친양자입양 전환이 용이하게 해주어야 한다. 현행 입양제도는 설령 입양특례법에 의해 양자입양절차를 밟았더라도 또다시 친양자 재판을 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슷한 과정을 두 번 겪는다는 것은 입양부모로선 매우 힘든 시간이다. 이 고충을 보건복지가족부는 알고 있는가?
 
불법적 개인입양이나 아동의 ‘비밀거래’가 상존하고 있는 사회에서, 국가는 아동인권을 위해 이를 막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존재를 부정 당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인권유린은 없다. 약 처방이 아니라 근원적인 예방이 필요하다. [일다] 은재식/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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