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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으로 다시 듣기] 야야 베이, 북극성을 찾아서

 

-Yaya Bey “Big daddy ya” 뮤직비디오 https://youtube.com/watch?v=1tT4Epalqk8

 

음악가 야야 베이(Yaya Bey)는 어느 날 SNS에서 이런 내용의 글귀를 봤다고 한다. “흑인 여성은 건강한 사랑을 해본 적 없고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다.” 그는 글로벌 음반 판매 플랫폼 밴드캠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되물었다. “여성혐오가 나를 흙 길로 데려갔다. 나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사랑은 여러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흑인 여성의 사랑은 모종의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있다. 흑인여성혐오(misogynoir, 여성혐오를 뜻하는 misogyny와 검은색을 뜻하는 noir의 합성어)가 여전히 만연하고,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연하다. 대개 흑인 여성은 경제력이 없고, 성적 욕망이 강하며, 그런 점 때문에 늘 잘못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런 편견을 부추기며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틱톡과 릴스 같은 숏폼 영상들이다. 자극적인 영상이 쉽게 눈길을 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황극이라는 포맷이 인기가 많은 매체 환경에서 흑인 여성은 더 우스꽝스럽고 한심하게 묘사된다. 당장 구글에서 “tiktok misogynoir”를 검색하면 관련된 많은 영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야 베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 자신의 생애와 경험을 작품에 담아야겠다 생각했고, 그 결과 앨범 Remember Your North Star가 나왔다.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미 많은 호평이 쏟아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앨범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 앨범은 일종의 논문이다’라고 했다. 다양한 흑인 여성이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커뮤니티로부터의 사랑을 원하며, 이 앨범은 그러한 목표를 상기시켜준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북극성을, 그러니까 삶의 방향을 찾으라고 말하는 야야 베이의 앨범에 대해 더 들여다 보자.

 

-Yaya Bey “Reprise” 뮤직비디오 https://youtube.com/watch?v=b28A3-kwuW8

 

야야 베이의 아버지는 힙합 음악이 초기 형성되었을 때 이름을 알렸던 래퍼다. 아마도 그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야야 베이는 훨씬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비주얼 아티스트로서, 시인으로서, 교육자로서, 큐레이터로서 그는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일을 소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하다. 미국보다 영국 BBC가 먼저 주목했는데, 야야 베이가 요즘 유행하는 음악보다는 재즈, 소울, 힙합, 아프로비트 등 여러 장르를 섞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노래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중적으로는 덜 주목 받을지언정 평단으로부터는 항상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

 

그가 정규 앨범 정도 되는 규모의 작품을 만들고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20년, 이혼을 겪은 이후부터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라 앨범을 내도 무대 활동을 할 수 없을 때였다. 오히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야야 베이는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을 위해 집중했다. 올해 발매한 새 앨범은 탄탄한 완성도와 높은 음악적 밀도를 보여주고 있다.

 

-Yaya Bey “Keisha” 뮤직비디오 https://youtube.com/watch?v=h1Rf0W4co8c

 

Remember Your North Star 음반은 흑인여성혐오 문제에서 출발한 만큼 계속해서 사회적 화두를 던진다. 정제된 언어만 있지는 않다. 이 모든 것은 음악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가족부터 전 남편까지, 살면서 겪어온 남성들의 여성혐오로부터 일단 벗어나고 스스로 치유되어야 했다. 그는 이 앨범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회복 여정을 만들고, 담아냈다. 그것은 심플하게 하나의 해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앨범에 담긴 언어나 내용도 변화무쌍하다. 슬랭(slang, 은어)부터 시까지, 현실부터 이상까지 공존한다.

 

총 18곡이 담긴 이 음반은 현실적이면서도 복잡다단한 흑인 여성의 실제 삶을 조명한다. 흑인 여성의 관계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고, 문제점도 존재하며, 건강하게 나아가려는 노력은 물론 자존감 높은 모습도 존재한다. 또한 서로가 연대하며 흥겨움을 즐길 줄 아는 모습도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앨범을 듣다 보면 결국 관계에서 생겨나는 문제는 흑인 여성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Yaya Bey “alright” 뮤직비디오 https://youtube.com/watch?v=nrS8cxqS6Gw

 

궁극적으로 야야 베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흑인 여성 해방이다. 그 해방은 기존 선입견으로부터의 해방이기도 하고, 실제 직면하고 있는 흑인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나 흑인 커뮤니티 내의 여성 혐오, 좋지 못한 관계로부터의 해방도 포함되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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