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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어떤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일까

용산참사의 비극은 21세기 난쏘공으로 비유된다. ©사진- 진보정치 정택용

[150일전의 오늘, 도심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이해관계 속에 희생된 세입자들이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경찰의 진압으로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충격적인 발생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책임지는 이 없이 다섯 달이 지났다. 철거민 유가족들은 아직도 상복을 벗지 못한 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철거민 측 변호를 맡은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를 통해 용산참사의 원인과 경과, 검찰이 은폐한 수사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아가 제2의 용산참사를 예고하는 도심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용산참사 150일, 끝나지 않은 비극


2009년 1월 20일,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벽이었다. 용산 도심재개발지역에서 상가세입자들이 적정한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며 빈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지 단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가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사망했다. 그날부터 현장에서 연행된 철거민들을 접견하고 변호한지도 5개월이 지났지만, 용산참사의 비극은 아직 진행형이다.

용산참사는 한국사회의 약자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철거지역의 용역업체들의 폭력에는 수수방관하던 경찰이, 생존권을 요구하는 철거민들의 농성에는 단 하루 만에 강경진압에 나서는 기민함을 보였다. 경찰에겐 면죄부를 주고 용산참사의 책임을 오로지 철거민에게 지운 검찰은, 법원의 증거개시명령을 무시하고 변호인들의 수사기록 열람 등사를 거부했다.

용산참사에 대한 여론을 묻혀버리게 만들려고 그 무렵 범인이 검거됐던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홍보하라고 했던 청와대는, 그 몰염치한 태도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 결국 철거민 다섯 명의 사망에 대해선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진정한 진상규명과 사과를 바라는 유족들은 용산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검찰, 법원의 증거개시명령 거부

유가족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다. ©진보정치 정택용

용산참사 철거민들은 국민참여재판이 무산되고, 현재 검찰의 수사기록 열람 등사 거부로 인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조차 침해 받고 있다.

검찰이 법원의 증거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의 열람등사를 방해하고 있는 기록의 상당수는 검찰 스스로가 “경찰의 책임과 철거용역직원의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지휘계통에 있었던 경찰간부들을 빠짐없이 소환조사하고, 경찰 무선교신 녹취록과 경찰지휘부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서울지방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철거용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여 용역업체와 경찰간의 의사연락 내용 및 그 과정에서 위법행위는 없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했다는 부분이다.

해당 기록은 1만 쪽의 수사기록 가운데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며, 검찰이 철거민들을 기소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 성립의 전제가 되는 ‘공무집행의 적법성’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사항이다.

검찰은 어떤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일까. 검찰이 처음에는 공개를 꺼렸다가 검찰 측 증인신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추가로 교부한 기록을 살펴보면, 검찰이 아직까지 숨기고 있는 기록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검찰이 뒤늦게 추가로 교부한 기록에는 ‘도심테러에 준하는 상황이어서 진압이 불가피하였다’는 경찰의 발표와 달리 ‘용산참사 전날에는 철거민들이 도로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경찰특공대 제대장의 진술, 화재와 관련해 검찰의 공소사실과 모순되는 경찰특공대원들의 다수의 진술 등이 있었다.

또한 경찰특공대의 부실한 안전대책과 위험한 진압작전수행, 철거용역업체 직원들과 관련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직접 진압에 투입되었던 경찰특공대원들은 현장에 다량의 인화물질이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왜 단 하루 만에 강경진압에 나섰을까

철거민들이 빈 건물을 점거한지 단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가 전격 진압에 나선 것은, 적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어가는 다른 지역의 철거민 농성현장과 비교했을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건설사CEO 출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이었을까? 이 진압작전의 최종 승인권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

용산참사는 한국사회 약자들이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 진보정치 정택용

경찰은 충분한 설득이나 협상과정도 없이, 농성 시작 3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경찰특공대 진압작전 계획을 승인하고 배치했다. 경찰수뇌부는 경찰투입계획을 세울 당시 현장에 다량의 인화물질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실제 진압과정에서 안전대책들은 실행되지 않았다.

매트리스, 그물망이 설치되지 않아 건물에서 추락한 사람이 있었고, 최소한의 소방 상식도 없이 유류화재엔 속수무책인 살수만 해대서 화재를 더욱 확산시켰다. 경찰 살수로 인해 건물 옥상은 이미 발목까지 물이 차있었고, 물 위로 유류가 떠있는 상태였다.

퇴로를 확보하지 않은 강경진압, 망루해체작업으로 인해 화재의 위험성이 커졌지만, 경찰에게 철거민들의 안전은 관심 밖이었다. 대형화재가 발생하기 전,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여 진화한 일도 있었지만, 경찰은 진압을 중단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재차 망루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경찰이 뒤늦게 소방당국에게 정식으로 화재 진압을 요청했을 때는 이미 화재가 번질 대로 번진 상태였다.

결국 철거민 5명을 포함해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의 비극은 안전수칙을 무시한 경찰의 이례적인 조기 강경진압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2의 용산참사, 개발 광풍에 밀려나는 세입자들

용산참사 이후에도 철거지역의 세입자들의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뉴타운 등 도심재개발 사업에서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많아야 20~30%를 넘지 않는다. 도심 재개발 사업은 장기적인 도시계획 차원에서 공공의 주도로 이루어져야 할 사업임에도, 민간조합이 재개발의 주체가 되면서 개발이익의 쟁탈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도심재개발 사업은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심의 기능회복’이라는 도시계획의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오히려 기존에 형성된 공동체를 훼손하고,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쫓아내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왔다.

개발이익의 쟁탈전이 된 도심 재개발 사업, 이대로는 안 된다. ©사진- 진보정치 정택용

재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행정당국은 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시 세입자대책을 어떻게 마련하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조합의 형식적 보상금 지급 계획만을 검토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내준다. 세입자들은 적정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된다. 세입자들의 강제퇴거에는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동원되어, 철거지역은 용역깡패들의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최근에 뒤늦게나마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아무런 보상규정 없이 도시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 인가로 임차인들의 사용수익권이 정지된다고 규정한 것은 임차인들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도시정비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서울시가 도심재개발 사업을 공공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개선안에도 재개발 지역 세입자에 대한 보상으로 영업보상금 1개월 치를 추가 지급하겠다는 것만 있을 뿐,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도심 재개발이 단순히 개발이익을 쫓는 수익성 좋은 사업이 아니라, 공공성을 담보로 하는 도시계획의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재개발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상가세입자들을 위하여도 단순히 영업보상금을 올려주기보다는, 인근지역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대체상가를 보장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일다 www.ildaro.com  [용산참사]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뿐입니다”  [시론] [타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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