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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 검사’를 페미니스트 관점으로 이야기하다
여성 개인에게만 책임 전가하지 말고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일본산부인과학회는 올 6월, 신형 ‘출산 전 검사’에 대한 지침을 개정했다. 그 배경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의료기관 외에 다른 곳에서도 이 검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데 있다. 신형 출산 전 검사란 무엇일까? 수익성을 이유로 산전 검사가 확대되는 것에 따른 우려는?
의료인류학을 전공하고, 생식기술과 재생산 문제에 관해 사회적으로 발언을 지속해오고 있는 메이지가쿠인대학 사회학부 쓰게 아즈미(柘植あづみ) 교수의 글을 싣는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쓰게 아즈미 메이지가쿠인대학 사회학부 교수. 저서로 <생식기술: 불임치료와 재생의료는 사회에 무엇을 가져올까>(미스즈쇼보), <임신을 생각하다: ‘몸’을 둘러싼 폴리틱스>(NTT출판) 등이 있다. (페민 제공)
태아의 질병과 장애를 확인하는 산전 검사
산전 검사는 의학적으로는 ‘비침습 산전 검사’ NIPT(Non-Invasive Prenatal Test)라고 부릅니다. 비침습이란 말은, 간단하게 말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임부의 혈액 속에는 미량이나마 태아의 DNA가 포함되어, 임신 10주 이후가 되면 임부의 채혈만으로 태아의 DNA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염색체는 통상적으로 1번부터 22번까지가 각 2개씩 있고, 성염색체가 2개 있습니다. 이 중 21번, 18번, 13번 염색체 등이 3개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증상을 트리소미(trisomy)라고 합니다. 또 21번 염색체 트리소미에 의한 질병을 다운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산전 검사로 알 수 있는 것은 염색체 트리소미 등의 질병이 있을 가능성입니다.
단, 이 검사에는 약 10%의 위양성(검사에서 뭔가 이상이 있다고 나와도 실제로는 이상이 없음)이 있기 때문에, 확정을 위해서는 양수검사(자궁의 양수를 채취)와 융모검사(태반 융모 일부를 채취) 등이 필요합니다.
이 검사로는 발견되지 않는 질병과 장애도 많이 있습니다. 질병의 증상과 장애의 정도는 개인차가 크며, 이러한 부분은 검사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검사 비용이 15만 엔에서 20만 엔(한화 약 160만~210만 원) 정도 듭니다.
산전 검사의 종류 (페민 제공)
낳을지, 낳지 않을지의 선택
신형 산전 검사든 기존의 산전 검사든, 문제는 검사를 통해 태아의 질병과 장애 존재를 알게 돼도 치료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염색체의 질병이 발견되면 낳을지 말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일본산부인과학회 측은 이 검사를 하는 시설은 학회의 지침을 지켜야 하며, 일본의학회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태어난 아이나 가까운 친족 중에 염색체 질환이 있는 사람과 고령 출산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 전후에 유전 상담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2013년 4월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6년간 약 7만2천 명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중에서 태아에 어떠한 염색체 질병의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사람이 1,300명이며 확정된 것은 1,190명입니다. 임신을 중단한 사람은 898명, 임신을 지속한 사람은 48명, 태아의 자궁 내 사망이 205명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검사를 받은 사람의 약 98%는 염색체 트리소미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2%는 자궁 내 태아 사망, 임신중단, 그리고 출산이라는 다양한 결과로 나뉘었으며, 그중에서 가장 많은 선택은 임신중단이라는 것입니다.
출산 전 검사(NIPT)를 둘러싼 쟁점을 살펴보자. (이미지 콜라주: 페민 제공)
‘장애아 출생 방지’, 강제불임 등 우생정책에 대한 반성
태아에게 질병이나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임신을 중단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산전 검사는 윤리적 문제가 있습니다. 질병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사회에 대한 우려로 이어집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한 국가 중에서 일본은 산전 검사를 받는 사람의 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국가 시책상 산전 검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임부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가 아니기 때문에 임부의 7% 미만이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산전 검사를 받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배경에는, 과거 ‘좋지 않은 자녀 출생 방지’를 목적으로 한 우생보호법(1948~1996년)에 의해 장애나 질병이 있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불임수술이 실시되고 임신중절이 강요된 역사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말에 효고현에서 시작된 ‘불행한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하는 운동’도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당시 주산기(분만 전후 기간) 의료 확충 정책의 일환으로 산전 검사에 보조금을 주는 시책이 추가되었는데, “장애인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냐”라는 장애인운동 진영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고 1970년대에는 시책이 변경되었습니다.
임신중단을 비난해선 안 돼
이러한 경위에서 본다면, 신형 산전 검사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 신중한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 걱정되는 것은 “안이한 낙태 우려” “신형 산전 검사, 90% 이상이 중절”이라는 식의 기사 헤드라인입니다. 이러한 보도는 결국 임신중단은 나쁜 것이며, ‘안이한 낙태’는 안 되지만 죄의식을 느끼는 임신중단은 괜찮다는 식으로 읽힙니다.
여성이 임신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태어날 아이에게 질병이나 장애가 있을 경우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데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 인간관계, 생활환경 등 많은 요소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태아가 질병이나 장애가 있어도 낳아서 기르겠다는 선택이 이루어질 경우,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확충하고 장애인과 약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낳지 않겠다, 기를 수 없다는 선택을 하는 경우에도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판단에 대해 비난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산전 검사를 받든 받지 않든, 검사 결과에 따라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결정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유전 상담 필요…‘의료 밖’의 지원과 논의가 있어야
최근 일본산부인과학회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임부에게 충분한 유전 상담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위해 이 검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검사에 의해 더욱 많은 질병을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적절한 유전자 상담 없이 실시하면 다양한 오해와 편견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의학과 의료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전 상담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하고, 임신중단은 안전하게 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심리 상담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출산 전 진단의 문제를 임신 전에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제에 대해 다양한 직종에서 논의한 내용을 종합하여 일본산부인과학회 외의 학회에 제언했습니다.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https://niptpgd.blogspot.com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이며,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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