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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서야말로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일본에서 십대여성 임신 증가, 정책적 전환 필요성 제기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따라 휴교 조치가 내려진 3~4월경부터, 십대들의 임신과 피임에 관한 상담이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2.7배나 늘었다. 젊은 세대에게 성에 관한 지식을 보급하고 상담하는 단체 ‘필콘’은 그 이유에 대해, 휴교의 영향으로 성행위 기회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중학교에서 ‘성교’나 ‘피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십대 여성들에게 사후피임약이 절실하지만, 그에 관한 정보와 접근성이 떨어져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후피임약을 구입하려면 처방전이 필요한 한국의 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시대 임신 위기를 포함해 여성들이 당면한 성과 재생산의 문제, 그리고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운동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사후피임약의 약국 판매를 실현하는 시민 프로젝트’(kinkyuhinin.jp) 홈페이지


사후피임약은 의사 처방 없이, 싸게 구할 수 있어야


사후피임약은 성행위 후 72시간 이내에 약을 복용하면 높은 확률로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응급피임약’이다. 일본에서 성건강에 관한 담론과 환경을 바꾸고자 활동을 시작한 ‘#왜없어 프로젝트’(관련 기사 http://ildaro.com/8486)와 필콘은 공동으로 지난 5월 11일부터 20일까지, 코로나 감염 확산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임신 상황과 사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 관련한 조사를 실시했다. 1,545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의도하지 않은 임신에 대한 불안에 직면했다’는 사람은 116명, 그 중 약 30%는 일본에서 ‘주류’ 피임법인 남성용 콘돔 문제라고 응답했다. 먹는 피임약인 저용량 필을 코로나로 인해 구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0%였고, 파트너를 포함한 상대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답변은 11.2%에 이르렀다.


또한, 코로나에 의한 ‘배우자의 스트레스가 쌓여 성행위를 거절할 수 없었다’(30대),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어 원조교제를 했다, 파파활동(인터넷 드라마 제목으로 원조교제 상대를 구하는 것을 뜻함)을 했다’(10대) 등의 답변도 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임신 불안을 안고 있는 사람 중, 사후피임약을 구한 사람은 17.2%에 불과했고 32.8%는 약 구하기를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는 ‘값이 비싸서’(55.3%)가 제일 많았다. 일본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으려면 최소 6천 엔부터 2만 엔(약 22만 원)까지 비용이 든다. 십대 여성들이 감당하기에 힘든 금액이다.


사실 사후피임약은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의학적 관리 하에 둘 필요가 없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약이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편의점 및 약국 등에서 팔고 있고, 의사의 처방전 없이 손쉽고 저렴하게(수백 엔부터 5천 엔) 살 수 있다.


일본에서는 작년 7월 의료인이 약제사 연수를 받고 3주 후부터 진료한다는 조건으로, 초진에서 사후피임약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이 개정되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한시적 특별조치로서 그 요건도 더 완화되었다. 하지만, 필콘과 ‘#왜없어 프로젝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 진료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겨우 33%였다.


일본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사후피임약을 구하기 쉬워지면 ‘안일한 성관계가 늘어난다’는 편견이 뿌리깊게 박혀있어서 굳이 사후피임약에 관한 정보를 알리거나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6월 17일, 필콘 등이 주최한 스터디가 국회에서 열렸다. 여기서 산부인과 의사인 엔미 사키코 씨는 “의료진이 눈앞의 여성을 판단할 권한이 있을까?”라고 문제 제기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든 세계 표준의 방식과 가격으로 사후피임약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한 정보와 지원을 받아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행사 주최 측은 ‘사후피임약의 약국 판매를 실현하는 시민 프로젝트’(kinkyuhinin.jp)를 설립했으며, 7월 21일에 후생노동성 장관 앞으로 <사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약 6만7천 명의 서명과 함께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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