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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자 감형 사유, ‘피해자 관점’에서 보면…

민변 여성인권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2백여건 판결 분석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이런 양형 기준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0일 주최한 <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양형 기준을 바라보았을 때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단시일에 피해 확산, 추가되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 고려해야


유승희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에서 2018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11조(성착취물의 제작ㆍ배포)가 적용(경합법 포함)된 약 200건의 판결문에 적시된 양형 이유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유 변호사는 “양형 기준에서 주로 문제되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피고인 중심’의 양형 기준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새로운 범죄군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한 양형 기준이라는 것.


‘박사방’ 조주빈 등의 1심 재판이 시작됨에 따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6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를 열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다른 성범죄에서도 피고인 중심의 양형 기준은 계속 지적되어온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①피고인의 진지한 반성 ②피해자의 처벌불원 및 피해자와의 합의 ③오로지 피고인의 사정인 사회적 유대관계, 피고인 가족 또는 지인들의 선처, 피고인에게 부양할 가족이 있는지 여부, 피고인의 불우한 성장 환경 등”이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의 특수성은 “①피고인이 피해자와 물리적 접촉 없이도 성착취물을 피해자에게 제작하게 할 수 있으며, ②기존의 범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시일 내에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수도 다수에 이르기 쉬우며, ③무엇보다도 배포 등의 피해가 발생한 후에는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에서는 “성착취물 재배포로 인해 피해자가 입을 추가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였다”는 거다.


피해자 일부의 ‘처벌불원’ 의사만 가지고 형량 감경?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법원이 국내 비판 여론을 넘어 세계적인 지탄을 받게 되자,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지난 9월 15일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발표했다. 감경 요소와 가중 요소를 고려했을 때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9년 3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성범죄 양형 기준에 따라 최대 형량이 25년을 초과하면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승희 변호사는 이 기준안의 양형 ‘감경 요소’도 여전히 가해자 중심이라는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평했다. 일단 디지털 성범죄에서 ‘처벌불원’이 감경요소가 될 땐, 조금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 혹은 피해자를 특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는  “피해자 일부의 처벌불원 의사와 다른 피해자 일부의 처벌의사, 혹은 피해자 불특정의 경우 피해자 일부의 처벌불원 의사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0일 온라인 생중계로 주최한 <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피해자 관점에서 본 양형기준> 토론회 현장. (출처: https://youtu.be/cv0tFJxu734)


또한 “피해자가 다수인 상태에서, 일부 피해자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피고인에 대한 형이 선고, 확정된다. 그렇다면 “이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아도, 이미 처벌 받은 피고인에게 새로이 확인된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이유로 추가 처벌을 할 수가 없는 문제가 발생” 한다. 유승희 변호사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고 피고인에게 적절한 양형 기준이 적용되기 위해서 “특정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피고인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 중 일부의 처벌불원 의사만 감경 요소로 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성문 대행업체 성행…가해자의 반성은 누굴 향하고 있나?


“정준영, 최종훈에 의한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고 피고인이 강력하게 처벌받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렇듯 피고인들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으면서 재판부에 진지한 반성을 한다는 취지의 자료를 내는 ‘모순된 반성’을 하고 있음에도, 이를 감경 요소로 삼았다.”


사실은 이름만 반성일 뿐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피고인의 반성문을 ‘진지한 반성’으로 간주하고 감경 요소로 삼는 것에 대해, 유승희 변호사는 우려를 표했다. 반성문 제출이 감경 사유가 되는 것이 특히 문제인 건, “이런 판례의 태도를 학습한 성범죄 피고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반성 없이 오로지 형량을 낮출 목적으로 반성문을 대필하거나, 성교육 감상문을 제출하거나, 사회봉사 혹은 기부 등을 하면서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자료로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신성연이 활동가도 “이미 반성문 제출이 감형 전략으로 쓰이는 상황이며, 반성문 작성을 대행하는 업체가 성행하는 상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성연지 활동가는 “진지한 반성을 어떻게 측량할 것인가? 예컨대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에게 사과드린다’ 식의 구절은 어떤 맥락에서, 누구에게 유효한가?”라고 물으며, 이 반성이 정말 피해자에게 향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6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이후, 피켓 시위 중인 참가자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가해자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증명하는 것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백소윤 변호사는 “사회적 유대관계, 가족들의 선처, 부양할 가족이 있는 점 등이 감경요소로 작용하는 것의 문제”를 짚었다.


사회적 유대관계가 감경요소가 되는 건, 사회적 유대관계가 좋은 피고인은 유대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며, 주위 가족 등이 피고인의 교화 및 재범 방지에 함께 힘쓸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경우, 가해자의 일상생활과 범죄행위가 물리적으로 분리된 디지털 공간을 통해 범죄가 일어난다.” 또한 “가해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범죄 사실을 쉽게 은폐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즉, 이런 범죄에서 “어떤 사회적 유대관계가 재범을 방지하고 피고인을 교화시키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의 재발 방지 약속’, ‘지인들의 탄원서’, ‘평소 성실한 생활’ 등을 감경요소로 삼는 것은, 범행 발생 과정이나 피해 예방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는 참작사유”라는 지적이다.


이 ‘사회적 유대관계’가 오히려 가해자의 위치와 권력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의 아버지는 공무원 신분을 이용하여 해당 기관의 동료 공무원들의 공무원증을 수십장 제출하여 ‘사회적 유대관계’를 입증하고자 한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버지가 범죄자인 아들을 위해, 자신의 직장 내 직위 등을 이용해 부당하게 동료나 부하직원들의 사회적 보증을 취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을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헤아리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12월 7일 최종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사법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되고 있는 시기, 피해자의 관점으로 본 양형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한 의견들이 수용되어 디지털 성범죄 양형 판단이 보다 공정해지길 기대한다. (박주연 기자)

 

(이 기사는 일부 요약문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디지털 성범죄자 감형 사유, ‘피해자 관점’에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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