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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방지하려 뭉친 여성 개발자들의 제안

안전한 온라인 가이드라인 <깨톡> 만든 Women Do IT


 

연일 ‘n번방 사건’ 관련 뉴스가 나온다. 수십 명의 아동과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학대하면서 해당 영상을 수많은 남성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며 돈을 주고받은 디지털 성범죄 실태가 알려졌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시민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와 국회, 검·경도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인다.


주요 공모자 중 하나인 켈리라는 닉네임의 신모 씨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았을 뿐이고, 와치맨으로 활동하며 ‘n번방’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전모 씨의 경우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지만 검찰은 3년 6월을 구형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범죄로 피해자의 수나 연령, 피해의 정도와 여파를 생각할 때 너무 낮은 형량이다. 그만큼 디지털 성범죄 관련한 법이 미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n번방’에 가담했던 수많은 이들이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또 몇몇 ‘이상한 취향’의 ‘괴물 같은’ 남성만이 이 사건의 얼굴로 남을 것 같다는 초조함이 밀려온다.


안전한 온라인을 위한 깨알 가이드 ‘깨톡’ 사이트 메인 화면 중 (teen-it.kr)


어떻게 해야 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방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든 이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될까?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에, 오랫동안 성폭력과 성매매 등 성착취의 피해자가 된 십대 여성들을 지원해 온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안전한 온라인을 위한 깨알 가이드 ‘깨톡’>(teen-it.kr) 사이트를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십대 여성에 대한 디지털 성착취 문제를 해결을 위해 모인 여성들이 Women do IT(위민두아이티)라는 이름의 IT 지원단을 꾸린지 약 1년 만에 만든 사이트다.


‘깨톡 - 안전한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깨알 가이드’ 사이트는 SNS 및 랜덤채팅 앱 등에서 일어나는 성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개발자와 청소년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서비스 개발자에겐 성착취가 일어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청소년에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 및 신고 절차를 알려준다.


심각한 실체를 드러낸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서 가해자 처벌만큼이나 중요한 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기 때문에 <깨톡> 소식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 사이트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Women do IT팀은 앞으로 어떤 일을 기획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이 어려웠던 관계로 화상 인터뷰와 서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됴, 최지, 디윤, 현승 네 사람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Women do IT팀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나?


됴: 지금 총 여섯 명이 활동하고 있다. IT업계 종사자인 개발자 세 명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서비스기획자, 그리고 시민단체 활동가가 함께 하고 있다.


안전한 온라인을 위한 깨알 가이드 ‘깨톡’ 사이트 메인 화면 중 (teen-it.kr)


-팀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하다. ‘깨톡’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2018년에 “여성 개발자는 온라인 성착취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워크숍을 개최한 것이 첫 활동으로 소개됐던데, 그 이야기를 해달라.


최지: 2018년 11월에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오픈 컨퍼런스 같은 형태인데, 이름 그대로 예기치 않은 만남으로 새로운 대화를 여는 장이라고 보면 된다. 당시에 그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 십대여성인권센터(이하 센터) 측으로부터 ‘이 자리를 통해 여성 IT개발자를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센터가 여성 IT개발자를 만나고 싶어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지: 센터는 계속해서 여성 IT개발자와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했다. 이제야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지만, 사실 센터는 예전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랜덤채팅’ 문제(랜덤채팅앱 대부분은 본인인증 절차가 없고, 신고도 할 수 없으며, 대화 저장기능이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남성 개발자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소통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센터는 여성 IT개발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보길 원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던 거다. ‘테크페미’(기술 업계의 페미니스트 모임)라던가 여성 IT 모임이나 네트워크를 수소문해서 ‘온라인 성착취’ 이슈가 있다는 걸 알리고,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여성 개발자는 온라인 성착취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워크숍이 열렸을 때 센터에서 랜덤채팅을 통해 어떻게 청소년 성착취가 일어나고 있는지 현황을 안내했다. 그에 따라 개발자들이 ‘우린 뭘 해 볼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지게 되었다. 사실 워크숍은 일회성이었고 이후 계획이 구체적으로 있었던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센터에서도 의지가 있다 보니 십대여성인권센터 IT지원단 Women Do IT이 꾸려지게 된 것이다.


-‘깨톡’은 지난 2월 오픈했다. ‘n번방’으로 디지털 성착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셈이다.


됴: 사실 십대여성인권센터 IT지원단으로 활동하기 전까진, 이렇게 디지털 성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센터의 야간모니터링(사이버 또래상담팀에서 한 달에 한번 진행)을 참관하는 과정 등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뉴스레터 21호 중 ©십대여성인권센터


최지: 2018년 처음 만났을 때 우리가 접한 문제는 랜덤채팅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센터를 통해 랜덤채팅 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착취가 일어나는 플랫폼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채팅앱이나 플랫폼은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계속 늘고 기술도 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사이트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한 건가?


됴: 워크숍 이후, 2019년 2월에 첫 모임을 진행했고 이후 솔루션의 방향을 잡기 위해 매달 모여 스터디를 했다. 제도적 한계를 많이 느꼈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범죄 양상을 보면서 단순히 법으로 금지하고 신고하는 것으로는 결국 범죄자들의 꼬리 따라가기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어떤 사이트나 플랫폼에서 성착취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해도, 각 플랫폼이나 앱에 ‘이걸 적용하라’고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조금 더 길게 보자. 리터러시(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로 접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각 플랫폼이나 앱의 책임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잡아보자’ 이야기했다. 그게 작년 7월 즈음이다.


최지: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센터의 법률지원단을 만났다. 법률지원단은 ‘랜덤채팅의 경우 관련법이 없어서 법적으로 정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려줬다. 법적으로 정의도 내려지지 않은 대상인데, 거기에 무언가 제재를 가하거나 제도적으로 솔루션을 만들어 적용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되니까, 더더욱 기술적인 솔루션이 아니라 리터러시로 정보를 주고 안내하는 방법이 적절하겠다 싶었다.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착취에 대해 공부하고 법적 자문도 얻어야 하고, 여러 가지로 품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어려운 부분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지: 회의 진행할 때마다 센터 활동가가 소위 ‘요즘 트랜드’를 알려줬었다. 새로운 앱에서 새로운 방식의 성착취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거다. 그걸 들을 때마다 되게 막막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지? 뭘 해야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기관, 인권단체, 기업, 법조인 등 많은 사람과 조직이 유기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이건 방송통신위원회랑 해야 하고, 또 이건 업체랑 이야기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분절되어 있어서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굉장히 답답했다.


됴: 깨톡은 개발자와 청소년 양쪽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타깃이라 할 수 있고, 서로 쓰는 언어도 다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맞추면서도 하나의 사이트라는 일관성을 맞추는 부분이 고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디지털 성착취와 관련해서 참고할 수 있고 토대로 삼을 수 있는 법이나 규제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없었다는 점? 이렇게까지 규제가 없어도 되나 싶었고 좀 막막했다.


디윤: 법적인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를 신경 쓰다 보니, 구체적인 플랫폼명이나 실제의 사례를 명시할 수 없는 부분도 난제였다. 그래서 좀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점은 좀 더 섬세하게 신경 써서 추후 보완할 예정이다.


-깨톡 사이트 내 청소년을 위한 안내를 보면, 사례도 나와 있고 친절히 설명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디윤: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겪게 될 수 있는 위협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 또 청소년들이 위험에 너무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데, 위험에 처한 경우에 어떤 곳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안전한 온라인을 위한 깨알 가이드 ‘깨톡’ 사이트 메인 화면 중 (teen-it.kr)


최지: 기본적으로 센터의 자료를 활용해서 만들었고,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생각하게 된 부분을 추가한 거다. 처음 초안을 썼을 때 ‘이런 용어는 아동·청소년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센터에서 코멘트를 주셔서 고친 부분도 있다. 정말 쉽게 쓰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어떤 말들은 아동·청소년에게 겁을 줄 수도 있다고 하셔서 그런 부분도 신경 쓰고자 했다.


-개발자를 위한 안내를 봐도, IT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혹시 개발자들로부터 반응이 있는지 궁금하다.


됴: 아직 이 내용을 공식적으로 어떤 특정 플랫폼에 보내고 그에 대한 응답을 요구하진 않았다.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진 못했다.


-앞으로 이 가이드라인을 각 플랫폼에 보낼 계획은 있나?


디윤: 진행해 보려고 한다.


됴: 플랫폼에 직접 이야기하는 작업은 아직 진행하고 있지 않다. <깨톡>에서 아카이브(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낀 불편하고 불안했던 경험을 모으는 중)를 하고 있는데, 이 작업을 통해 사용자들의 의견을 받아서 함께 플랫폼에 제안해볼까 고려하고 있다.


‘깨톡’ 사이트에서는 온라인을 이용하며 불안하거나 불편했던 사례도 접수하고 있다. (teen-it.kr)


-<깨톡>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고 있으니, 플랫폼에서도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변명할 여지가 줄어들 거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기업들은 성범죄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디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나 비용적인 문제라기보다 ‘사업 모델’과 관련이 깊다. 랜덤채팅 앱 같은 경우 ‘시스템의 구멍을 회사가 이익 창출을 위해서 용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걸 대응할 수 있는가?’ 이런 지점이 어렵긴 하다. 그러나 실제 현업에서 업무를 하는 서비스 개발자들이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면, 본인이 개발한 서비스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승: 물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계획부터 실현까지 진행하는 사람을 배정하고 지원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이걸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그 돈을 홍보에 사용할 것이고, 그럼 이용자가 늘고 수익도 증대되지 않을까? 기업 측에서는 계속 그렇게 저울질하다가 결국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우선순위에서 미루게 되는 것 같다. ‘우리만 문제가 돼?’ ‘서비스가 아니라 범죄자가 문제지’라는 인식을 개선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플랫폼의 ‘의무’로 지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됴: 이걸 구축하는 게 정말 어렵거나,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일은 아니다. 기술이나 비용보단 사업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규제도 없고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는 상황에선 결국엔 사업자의 몫이니까.


지금도 어느 정도의 필터링이나 모니터링 작업은 다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지적될 때 ‘악의적인 소수 사용자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낀다. ‘우린 노력하고 있는데 다 걸러낼 순 없다’는 식이다. 한편으로 개발자나 플랫폼이 이런 성착취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방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쏟으며 고민하지 않는다.


일부 랜덤채팅 앱 같은 경우엔, 나이 어린 여성이 접속해서 대화할수록 포인트를 쌓을 수 있고, 그걸로 기프티콘을 구매할 수 있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성, 특히 어린 여성이 많이 있어야 돈을 쓰는 남성 이용자가 들어오니까. 그런 랜덤채팅 앱들의 경우는 우리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본인들의 사업이랑 아예 상충되는 거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안내하고 있는 웹전단 중. teen-up.com ©십대여성인권센터


-규제가 너무 없다는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어떤 부분에서 제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디윤: 원래 우리도 규제를 하고자 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작업부터 하게 되었다. 제도적으로 우선, 이러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부분들을 고려하여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이나 기술에 국한된 규제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착취의 근본을 고려하여 새롭게 발생하는 형태의 성착취에 대한 대응도 가능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이 삭제되는 것이 제일 먼저라고 꼽고 싶다.(인터뷰 이후, 4월 29일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던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대상 아동·청소년’ 정의 조항은 삭제하기로 결정됐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도 처벌받는다’며 협박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는 초범이니까 집행유예로 풀려나는데 피해자는 ‘대가성을 받았다’는 등으로 인해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아동유인방지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영국이나 싱가포르의 경우엔 이 법이 있어서 온라인/오프라인 상관없이 18세 이상의 성인이 16세 이하의 아동·청소년, 심지어 그 아동·청소년이 16세 이상인 것처럼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유인하려는 시도를 하면 범죄라고 명시했다.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 그렇게 유인을 방지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 아닐까?


디지털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진화하며 그만큼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규제에만 한정하지 말고 리터러시로 접근하는 것(문자와 기록을 통한 정보 제공)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동·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디지털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교육이 굉장히 부족하지 않나. 모두가 어떻게 디지털에 접근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육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최지: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점은 IT 영역이 남성중심적이고 남성 위주의 산업이라는 거다. 그 지점이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동되는 것 같다. 젠더의 관점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IT 관련 교육 자체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조금 더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됴: 기술은 절대 중립적이지 않다는 말이 있다. 사실 IT뿐만 아니라 기술이 남성의 영역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 필드에 들어오려고 해도 업무적으로도 조금 더 배제되거나 직무가 한정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IT 영역이라고 해도 기획이나 디자인은 여성이, 개발은 남성이 주로 분포되어 있고 또 위로 올라갈수록, 결정권을 가진 중간관리자급 이상은 남성 비율이 높다.


-디지털 성착취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없어서’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거다. 특히 여성들에겐 너무 중요한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더 많은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현승: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감시’라고 생각한다. 또 질문을 던지는 거다. 예를 들어, ‘영상 공유 서비스는 이런 성착취에 기여하지 않을까?’ ‘공개 채팅방에 개인이 아동성착취물을 공유하면 신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없다면 개선해야지 않을까?’ 등. 그렇게 하다 보면 각자 서로를 위한 예방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깨톡’을 만들었기 때문에 깨톡을 참고해주셔도 좋겠다.


디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 신고 과정도 쉽게 만들고, 적극적으로 신고도 함으로써 디지털 성착취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됴: 언제나 ‘시작은 외면하지 않은 것’부터인 것 같다. 꼭 구체적이고 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기업이나 서비스 입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건 사용자들의 요구다. ‘채팅창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봤다, 그런데 신고하는 방법이 없었거나 신고하기를 찾는 게 어려웠다, 혹은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 등의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하는 소비자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최지: 보통 사람들은 서비스가 주어진 대로 그냥 소비한다. 소셜미디어의 경우,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기본값은 ‘전체공개’다. 기업은 더 많은 정보가 있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기 정보에 대한 예민함을 좀 발휘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무심코 SNS에도 스스로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됴: 이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되게 좋은 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선의를 가지고 공감하면서 하는 응원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좋은 일’이 되면, 그건 훌륭한 사람 혹은 큰 의지를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런 활동이 되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 모두 삶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살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그런 거니까, 그런 시각이면 좋겠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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