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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자연유래 성분이라고 무해한 건 아니다

[도시에서 자급자족 생활기] 생태건축⑧ 마감 회 미장



※ 필자 이민영님이 목공을 배우고 적정기술을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도시를 꿈꾸면서 일상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미장에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구조재, 접착제, 희석제, 강화재, 섬유재가 그것이다. 몸통을 이루는 구조재는 모래와 같은 골조류를 쓰고, 접착제로는 점토나 풀을 쓴다. 물이 이것들을 희석하고, 섬유재는 볏짚, 종이, 마사, 수사 등을 용도에 따라 길이를 달리하여 잘라 쓴다.


강화재로 흔히 쓰는 소재는 주로 석회다. 미장의 발수성과 경도, 점성을 높이는데 좋은 천연재료이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회 미장


석회는 물과 섞여 공기에 접촉하게 되면 탄화작용을 일으켜 서서히 석회결정이 만들어지고 석회암 상태로 굳는다. 석회암 결정이 커지며 바탕 벽면과 결합하면 하얗게 빛나는 벽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벽체를 보호한다는 기능 면에서나 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장식 면으로나 석회는 오랜 기간 건축자재로 활용되어왔다.


▶ 석회에 물을 섞고 얼마간 양생한 뒤 구조재나 섬유재를 섞어 회 미장용 반죽을 만든다. ⓒ촬영: 김민주


흔히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면 인체에 무해할 것이라고 예견하는데 늘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하나의 보기가 바로 석회다.


자연계에 순수하게 존재하는 석회는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미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건 생석회(산화칼슘, CaO)나 소석회(고체 상태의 수산화칼슘, Ca(OH)2)다. 생석회는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석회석 원석에 높은 온도를 가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석회성분만 남게 한 것이고, 소석회는 이 생석회를 물에 풀어 더이상 석회가루가 녹지 않는 포화상태에서 수용액만 따로 증발시켜 남은 가루다.


생석회가 물과 만나서 소석회가 될 때도 물에 녹아있는 소석회가 이산화탄소를 만나서 원래 성분인 석회석이 될 때도 발열반응이 일어난다. 생석회의 경우 물에 담그는 수화와 양생과정을 거쳐 사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의 반응열이 어마어마하다. 폭발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다. 군인용 전투식량을 덥힐 때 석회가 쓰이는 것 또한 이런 발열반응을 응용한 것이다.


화상, 알레르기 등 주의할 것 투성이, 석회


그러다 보니 미장을 준비할 때엔 늘 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생석회보다 소석회를 주로 쓰는 까닭도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석회는 강한 염기성 물질이다. 수산화칼륨 석회수의 pH는 12.5로, 암모니아가 pH11이고 평균적인 하수구 세척액이 pH13인 점을 감안할 때 수소이온 활동도가 상당히 낮다 볼 수 있다.


염기는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 때문에 손에 닿으면 미끈거리는데 이것 역시 회 미장에서 주요하게 신경 써야 할 지점이다. 회 미장을 할 때마다 그 어느 때보다 장갑, 마스크, 보안경 등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아무리 주의해도 회 미장을 하는 날이 늘어날수록 손은 거칠어지고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사람이 늘어났다. 심할 때는 코와 목이 따갑고 닿은 부분이 벌겋게 부어오르며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흔히 석회질과 여러 광물이 많이 함유돼있는 토질의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에 평소처럼 세안이나 목욕을 했는데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보다 더 짧고 강력한 경험이라고 해야 하나.


▶ 1차 회 미장을 마친 뒤 2차 마감 회 미장을 한다. ⓒ촬영: 이한나


하루의 미장을 하고 다시 다음날의 외벽 마감 미장을 위해 석회와 모래를 1대2 비율로 섞어 수화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어느 날은 둔감해지고 어떤 날은 민감해진다. 예민도는 재료에도 작업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내 신체나 태도와 관찰력에도 큰 파장을 일으킨다.


한 가지 실례로 친수성 나일론계 보강재인 나이콘 화이버(NYCON Fiber)를 섬유재로 사용하곤 했는데, 종종 생태적인 건축물을 만들면서 나이콘 화이버를 쓰는 게 적절한가 의문이 들곤 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시멘트 입자와 잘 부착되고 섬유 뭉침도 없는 데다 충격이나 마모에도 강해 성능이 무척 좋았다. 논농사를 짓고 있으니 곡물의 까락을 이용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흙 미장을 하며 볏짚 자르기조차 벅찼던 걸 생각하니 선뜻 마음이 나지 않았다.


내벽은 OSB 합판이어서 메쉬를 고정해 요철을 만들어 미장을 했다. 외벽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는 하양이라면, 내벽은 안정적이고 차분하도록 석회와 황토를 2대1로 섞어 밝은 짚 색을 냈다. 황토는 구조재라기보다 색을 내는 안료의 역할을 하므로 반죽이 무른 편이라 얇게 여러 차례 미장을 쌓았다. 마감용이다 보니 경계가 생기거나 단차가 생기지 않도록 같은 질감으로 미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마르면서 갈라지기도 해서 물을 축여가며 미장반죽을 덧대주는데, 마른 후 물 자국이 남기도 해서 세심하게 작업해야 한다.


생산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건강한 자연친화이길


회 미장을 하면서 천연 또는 친환경이라는 용어의 대상 또는 수혜자가 누구인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석회는 자연계에서 순수하게 얻을 수 있는 물질이고, 석회가루를 산성화된 농지에 토양 중화제로 쓰기도 할 만큼 자연으로 돌아갈 때도 순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막상 농부들이 석회를 쓸 때엔 장갑과 마스크를 낀 채 작물이 없는 농한기에 바람을 등지고 뿌린다. 쓰다 남은 석회도 스스로 습기를 흡수해 불을 낼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보관에 심혈을 기울인다. 인조석분을 자주 다루는 작업자의 피부 허물이 쉽게 벗겨지는 까닭 역시 양회의 63%는 석회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 내벽 메쉬 위에 흙손으로 얇게 황토 섞은 미장 반죽을 바르고 있다. ⓒ촬영: 이한나


생석회보다 소석회가 작업 시 안정적인 것처럼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적정한 정도로 가공 처리된 물질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건축 시 쉽게 접하는 휘발성 유기물과 화합물질은 실상 작업자의 건강에도 유독하지만 작업 시간은 단축하고 사용기한은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사고를 언론에서 주로 접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일하고 있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 각종 맹독성 세제에 노출된 청소 노동자, 네일용품을 상시 만지는 네일아트 노동자들과 같은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 역시 심각하고 시급할 수 있음에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친환경 농산물을 언급하면서 땅과 농부의 건강과 지속가능성보다 소비자의 만족과 요구의 목소리에만 무게중심이 쏠린다면 무엇을 위한 친환경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가장 큰 폐단은 한 사회 안에서 살고 있는 개개인의 삶 속에서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어 사물의 생성과정과 그 쓰임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없게 된 구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갈수록 생산자는 친환경 인증에 연연하고 소비자는 노케미족(No-chemi族)이 되어간다.


▶ 금이 가거나 금이 가기 쉬운 모서리에 물을 묻혀가며 경계가 생기지 않도록 미장을 보수한다. ⓒ촬영: 설세영


문화는 인간이 생존하고 더 나은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가며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발전해왔다. 지금은 비판받는 여러 사회의 결과물도 한때는 한 시대의 획기적인 성과물이었다. 과도한 개발 속에서 본연의 재료와 방식을 찾기 위한 노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왜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끊임없이 발전시키려 고군분투해왔는지 그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무엇인지 잃지 말아야 할 기본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회 미장을 하며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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