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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노동’을 그리다

<기록되어야 할 노동> 웹툰작가 하음의 이야기


※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여성노동자들의 ‘일’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싣습니다. “기록되어야 할 노동”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보도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만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은 깨진 지 오래


내 또래가 그렇듯 만화를 사랑했다. <언플러그드 보이> <월광천녀> <꽃보다 남자>… 그 시절 만화들. 중고등학교 다닐 당시엔 책 대여점이 성행했다. 누군가 신간 만화책을 빌려오면 반 전체가 돌려봤다. 책 사이에 끼워 보고 서랍 속에 숨겨 봤다. 혼날 각오를 하고 보던 만화였다. 덕분에 행복했다.


만화책 끝부분에는 작가 후기가 담겨 있었다. 마감을 끝내고 느긋함을 즐기는 만화가와 고양이 이야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직업이라니. 반에 한두 명은 꼭 있던 그림 잘 그리는 친구들은 만화잡지에 공모하고 떨어지는 일을 반복했다.


그 친구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들이 데뷔해야 할 만화잡지가 사라져갔다. 책 대여점도 문을 닫았다. 시간은 흘러 2000년대 중반, 웹툰의 시대가 열렸다.


처음에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요일별로 대여섯 작품이 올라오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점점 작품 수가 늘어나더니 유료 웹툰마켓(플랫폼)이 생겨났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십 편씩 웹툰이 올라오는 플랫폼의 풍경은 다채롭기보다 어쩐지 슬펐다.


조회 수를 따라 줄 세워진 작품들은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끝이 없었다. 업무평가와 경쟁이 무엇인지 알고도 남을 나이가 되었다. 만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도 깨진 지 오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기 수월한 세상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을 어떻게 말할까. 웹툰 작업을 설명하던 하음은 결국 이 말을 했다.


“이거 진짜 미친 짓이네.”


4년 차 웹툰작가가 자기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쉬는 시간 없이 하루 12시간, 13시간


“주간 연재에 컬러만화 70컷. 하루에 12시간에서 13시간 정도를 그리는 거예요. 이렇게 그려서 하루를 쉬어요. 13시간 동안 쉬는 시간이 없는 거예요.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중간에 담배 좀 피우고, 커피도 마시고, 그런 것 없이. 그런 시간 다 빼고 12시간, 13시간.”

한국 만화.웹툰작가 평균 창작활동 시간 <2019 한국 만화.웹툰작가 실태 기초 조사 보고서>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이 아니다.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작가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0.7시간, 주당 5.7일이라 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한다. 이마저도 어시(보조작가)가 있기에 가능하다. 많은 작가들이 한두 명 어시를 둔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주 1회 70컷 만화를 그려낼 재간이 없다.


극화체 스토리물의 경우 한편 당 70컷이 기본이라 했다. 그보다 적으면 플랫폼 PD(프로듀서)가 입을 열기 전에 독자 댓글이 먼저 달린다. ‘분량이 짧다. 성의가 없다. 진도가 안 나간다.’ 컷 수를 직접 세어 보기로 했다. 스토리물 웹툰 대부분이 70컷을 채웠다. 80컷도 흔하다.


그런데도 만화 퀄리티는 점점 올라간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별 도리가 없다. 요즘 말로 자신을 ‘갈아 넣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만화를 보면 ‘이 작가 살아있나?’ 이 생각을 해요”


과로사하진 않았냐는 것이다. 하음은 작품 퀄리티가 높다고 평가되는 웹툰 몇 개를 언급한다. 문양, 명암, 채색, 의상 디자인 등등. 한 컷 안에 들어가는 무수한 노동이 동종업계 사람 눈에는 보인다.


“한 번 마감이 밀리기 시작하면 이걸 메꿔야 하니까 쉬는 날 없이 일해요. 저도 휴재 직전까지 3-4주 내내 그랬거든요.”


하음이 타인의 과로 질환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긴 하다. 휴재가 하음을 살렸다. 그리고 이 인터뷰도 성사시켰다. 연재 중에는 인터뷰할 짬이 없다. 이번 기회를 놓쳤다면 하음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뒤에나 봐야 했을 게다. 작품 완결까지 몇 년도 걸리는 작업이지만 잘 쉬지 못한다.


하음은 6개월마다 한 번씩인 휴재를 하지만, 이것도 마음 편히 얻어낸 휴식은 아니다. 플랫폼은 휴재도 지각도 마뜩잖아한다. 쉬면 조회 수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이번에는 아예 에이전시(기획사)를 옮길 때 정기 휴재를 약속받았다. 그때를 떠올리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쪽에는 ‘부탁’ 정도로 받아들여진 것 같긴 하네요.”


작가는 요구할 위치가 안 되는 걸까. 플랫폼과 에이전시 관계에서 작가는 ‘을’이 되기 쉽다. 플랫폼이 독자(소비자)와 작가(생산자)가 만나는 열린 공간이라는 얘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이윤(돈)이 발생하는 곳이 그리 평온할 리 없다. 플랫폼 자본은 작가의 고용을 움켜쥐고 있다. 어느 작품을 사이트 메인 화면에 배치할지, 홍보할지, 재계약할지. 플랫폼이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 플랫폼과 창작자, 가진 힘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


그럼에도 이 한마디로 창작자들의 노동과 고용 관계를 지워버린다.


“작품은 작가님 자식이잖아요.”


주간 연재 컷을 채우기 위해, 하음은 하루에 12시간-13시간을 쉬지 않고 그린다.


웹툰은 스낵컬처에요


작품은 작가님 자식이라. 이 말은 무섭다. ‘작가의 작품’이 될 수 없게 하는 장본인들이 그 말을 하기 때문이다. 하음은 지금 ‘작품’을 창작하고 있을까. 질문을 돌려 해보았다.


“어떤 작품을 그리고 싶어요?”


아무 생각 없다고 했다. 진짜 그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제 만화가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무 생각이 없네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단지 고단함 때문에 시니컬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웹툰은 스낵컬처에요.”


스낵이 되지 않으려는 작품은 진열대에 오를 수 없다.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가 모인 자유로운 공간을 흉내 내지만, 실은 소비자들이 버튼을 누르길 기다리는 자판기다. 자판의 배열순서는 가게 주인 플랫폼 기업이 정한다.


버튼이 자주 눌릴 만한 웹툰을 앞줄에 세운다. 심지어 플랫폼 측에 유리하게 수익 배분을 양보한 작가들 작품 위주로 웹사이트 메인에 올라간다는 추측이 기정사실처럼 돈다. 신인 작가들은 스낵류를 가져오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받는다. 몇 번의 수정 끝에 데뷔도 못 하고 훼손된 작품과 함께 돌려보내지는 창작자들이 적지 않다. 이겨내면(?) 하음처럼 두 번째 작품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당연히 떠나는 이가 더 많다.


살아남은 4년차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소비자 기호에 맞는 거라도 그려서 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을 합니다. 생계가 여유 있고 몸이 건강하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니,”


하음만 보인 반응이 아니다.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냐는 말에 다른 웹툰작가들도 고개를 저었다. “일단 대중적인 것 그려서 생활이 좀 유지가 되면…”, “그런 거 생각하면 못 그려요.”


이들은 연 매출액이 1조 원을 넘는다는 웹툰 시장에 속해 있다. 하지만 돈이라도 벌자 라는 소리는 돈다발 위에서 지르는 탄성이 아니다. 이들 발밑에는 외주 일러스트나 미술학원 강사 등 알바를 겸해야 생활이 가능한 현실이 있다. 하음처럼 어시(보조작가)도 두지 못하고 하루 12시간 그림을 그리다가 지친 몸이 지르는 비명이기도 하다.


어떤 것이 더 스낵에 가까울지


수익이 10이라면 플랫폼이 7이나 8을 판매수수료로 가져간다고 한다. 여기에 이벤트 홍보비용, 무료로 제공되는 이용권과 코인 등을 계산하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가 몫인 2-3을 다시 에이전시와 나눈다.


중간 유통자인 에이전시가 있다. 플랫폼이야 당연히 에이전시를 선호한다. 작가를 직접 관리해야 할 필요를 덜어준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판매금을 나눠야 하는 에이전시가 반갑기만 한 건 아니지만 피해갈 길이 없다.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예 계약하지 않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에이전시와는 보통 7:3으로 나눈다. 작가가 7을 갖지만 신인 작가일수록 비율은 역전된다.


에이전시와 나누고 남은 몫에서 어시 작업비를 지급하고 장비와 배경파일 등을 산다.


“돈을 벌면 ‘이제 장비 살 수 있어!’ 또 돈을 벌면 ‘배경 살 수 있어. 어시 구할 수 있어’가 되는 거예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 7:3으로 플랫폼과 나눈 수익을 언제 받을 수 있을까. 국내에서 처음 유료 웹툰마켓을 연 레진코믹스가 도입한 이래 거의 일반적인 수익 배분 방식이 된 MG(미니멈 개런티) 제도를 봐야 한다.


MG제도란 작가가 수익금 중 일부를 선불로 지급 받고, 일정 기준 이상 판매액을 달성하면 차후 수익을 플랫폼과 배분하는 제도다. 문제는 그 ‘일정 기준’에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플랫폼과 7:3 수익 배분 계약을 해 300을 선불금으로 받았다면, 이후 수익금을 받기 위해서는 1000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선불 받은 금액(300)과 플랫폼 몫인 700을 다 채울 때까진 손가락 빨며 기다려야 한다.


하음의 표현대로라면, MG제도 때문에 “작가들이 신경증이 걸릴 지경”이다. 다들 1000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된다. 업체에 따라서는 누적MG가 있다. 한 작품에서 MG를 채우지 못하면 다른 작품에서 갚아야 한다. 갚기 전까진 어떤 작품에서도 수익을 배분 받지 못한다. 때론 브랜드MG라 해서 에이전시 소속 작가들에게 연대책임을 지게도 한다.


그러니 신경증이 걸릴 만도. 그 결과 어떤 것이 더 스낵에 가까울지 자진해 고민하게 된다.


손해를 미룰 힘


어떤 제도, 어떤 관행을 만들든 공통점이 있다. 플랫폼은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감수하는 쪽은 개별 계약자인 웹창작자들이다. 플랫폼 자본에겐 손해를 창작자에게 미룰 ‘힘’이 있다.


하음은 MG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것을 말한다. 원고료 개념을 지워버렸다는 것. 그리고 같이 사라진 것이 있다.


“내가 노동을 하고 있다는 개념도 삭제해버리고. 내 노동력이 들어가는 작품이, 온전히 이것만으로 가치있다는 개념도 같이 없애버린 거예요.”


그렇다면 가치는 어디서 만들어지나. 오직 팔리는 데 의의를 두게 한다. 팔리지 않는 나머지는 무능이라 평해진다. 일하는 사람이 능력을 자책하는 사이, 노동에 대한 권리는 사라지고 수익은 플랫폼 기업이 독식한다.


일방적으로 작품을 퇴출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것도 연재 중간에. 플랫폼이 전송을 거부하면 끝이다. 최근 KT 케이툰 연재중단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케이툰은 몇몇 작가에게 연재중단을 통보했다. 이 과정은 에이전시 투니드와 케이툰의 협상에 의해 이뤄졌다. ‘을’인 작가들은 일방적인 해고통보는 물론, 작품의 전송권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작가들의 전송권 반환 요청에 투니스와 케이툰은 서로 책임을 미룰 뿐이다. 해고된 작가들은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임금도 고용도 보장받을 수 없는 불안정함. 사람인지라 버터지 못하고 떠난다. 플랫폼은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신인 작가는 넘친다. 웹툰 플랫폼에 연재 중인 작가가 1천7백여 명이라고 한다. 휴재나 연재준비 중인 작가, 지망생까지 포함한다면 몇천 단위의 사람들이 웹툰 플랫폼 앞에 줄지어 섰을 테다.


운이 좋게 작품이 눈에 띄어 에이전시의 연락을 받았다 해도, 기쁨은 잠시. 신인 작가들에게 에이전시는 복덕방마냥 묻는다고 했다.


“어디까지 알아보고 왔나?”


임금도 처우도 정해진 것 하나 없으니 ‘싯가’를 어느 정도 알아보고 왔는지 떠보는 말이 계약 자리에서 나온다. 주는 대로 받거나, 개인의 협상력에 의존해 결정된다. 신인일수록, 사회적 위치가 불리할수록 좋은(?) 협상은 어렵다. 그리고 여성일수록 어렵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 한동안 회자된 여성 작가와 남성 작가의 수익 차이다. 2017년 서울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웹툰 작가 월평균 임금이 166만 원, 남성작가는 222만 원이라 했다. 플랫폼은 물론, 누구도 성별에 따라 이렇게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를 밝히고 있지 못하다.


올해 3.8 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조의 피켓팅. (출처: 전국여성노조)


개인 협상력에 의존한다는 말은 노동권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웹창작자들이 뭉쳤다. 어디까지 알아봤냐는 질문에 표준단가(표준계약서)로 답하기 위해. 아니,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종일 일하는데 왜 노동자가 아니야?


“플랫폼에 1위에서 10위까지 소수의 작품만 있어 봐요. 독자들이 그곳을 찾지 않겠죠. 여러 작품이 모여 있으니까 독자들이 플랫폼에 발길을 하는 건데. 그렇게 모든 작품이 제 몫을 하고 있는 건데 그걸 인정 안 하잖아요.”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김희경 지회장의 말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제 몫의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 결성하는 집단이다. 웹창자들에게도 그것이 있다.


2018년 레진코믹스를 시작으로, 각 플랫폼에 속한 작가들이 지각비, 정산금 미지급, PD 갑질 등 처우 문제를 입 밖에 내기 시작했다.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가 만들어졌다. 한편 일러스트 영역에서는 이른바 ‘페미니스트 사상검증’에 맞서 <여성일러스트레이터연대>(WFIU)가 출범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웹창작자들이 모이다 보니 노동조건이 형편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우리 진짜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하는구나 깨달은 거죠.”


노동자라는 이름이 없기 때문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노동자임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노동조합 결성. 2018년 12월 창작노동 프리랜서 노조 <디지털콘텐츠 창작노동자 지회>(이하 디콘지회)가 설립된다. 웹소설, 일러스트, 웹툰 작가들이 함께한다.


노조를 만들자 돌아온 반응은 “너희가 무슨 노동자냐”였다. 프리랜서가, 작가가 어떻게 노동자냐는 것이다. 하음은 반문한다. “이렇게 종일 일하는데 노동자가 아니라고요?”


하음 또한 디콘지회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창작자들의 마음


무엇을 원하나. 의외로 하음의 대답은 간단했다.

“격주 연재”를 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원고료 도입”과 “합리적 수익 배분”


하지만 바로 도리질을 친다. “안 될 것 같아.” 맞다. 이대로 두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디콘지회는 웹창작자 노동조건을 가시화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찾겠다고 한다. 나 또한 이들이 목소리 내고서야 웹툰이 어떤 노동의 결과물인지 알게 됐다.


하음은 한밤중에 그림을 그리다가 충동적으로 어학원이나 비행기 편을 알아본다고 했다. 이민을 알아보는 게다. 농담처럼 말했기에 흘려들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종종, 한밤 홀로 작업하는 하음을 떠올렸다. 떠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이는 고요한 작업. 어떤 마음일까 싶었지만 다른 것을 물었다. 왜 만화를 계속 그리는 거냐고.


당연하게도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러게. 누군가 내게 왜 글을 직업 삼아 쓰냐고 묻는다면, 거창한 답이 나올 리 없다. 좋아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고, 이것으로 생계가 보장된다면 다행인 일이다.


그래, 이 일을 좋아한다. 좋아하니 하루 10시간 넘게 그린다. 그러기에 덜 고통스럽게 일하고 싶다. 내 몫의 노동을 인정받고 싶다. 하음을 비롯한 창작자 모두 같은 마음일 게다. 그럼에도 노조 활동은커녕, 이름 밝히고 하는 인터뷰도 쉽지 않다. 찍힐 각오를 해야 한다. 일명 블랙리스트. 내일의 고용을 알 수 없는 프리랜서라 그런다. 플랫폼이 목줄을 쥐고 있어서 그런다. 기사에서 쓴 ‘하음’은 가명이다.  (희정/ 기록노동자,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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