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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어린이집 사고, 정부 대책은 “또 미봉책”
시민사회단체 긴급좌담회에서 사고의 전환 촉구
어린이집 안전사고와 아동학대 대책 실효성 있을까
최근 연이어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동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폭염의 날씨였던 17일 동두천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내리지 못한 4세 아동이 사망 상태로 발견됐고, 19일엔 서울시 강서구 한 어린이집에서 11개월 영아가 사망하는 아동학대 사건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어린이집과 관련된 이런 사건 소식은 이제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지난 번 발생했던 사건 이야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2015년에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했고, 2016년에는 <통학차량 이용 아동의 출결 사항 관리 강화> 지침이 개정되었지만, 올해 또 이런 사건들이 발생한 것이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 문재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가 유사 사례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완전히 해결할 대책을 세워서 신속히 보고해 달라”고 했고, 보건복지부는 24일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연말까지 도입해 기술적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과, 중대한 안전사고 발생 시 ‘원스트라이크아웃제’(시설 폐쇄)를 실시하여 처벌과 책임을 강화하고,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며 안전 및 학대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 7월 24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 ⓒ보건복지부
이러한 대책이 과연 이번에는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까?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등 관련 시민단체 8곳은 7월 25일(수) 긴급좌담회를 열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어린이집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며 재발방지 대책은 무엇인지 논의했다.
사고 안 나는 게 이상한 환경, 보조가 아닌 전담인력 늘려야
“교사들이 모여 아동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논의하는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던 중에 이번 사건들을 접했고,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다.”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사회 남봉림 대표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 같다”며,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는 데에는 무엇보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관련이 있다고 호소했다.
“4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유아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며 그걸 한 명의 교사가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교사가 정말 아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남봉림 대표는 “한 교사가 져야 하는 책임을 나누고, 상호 협력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보조교사나 대체교사가 아닌 전담교사가 두 명 이상 있어야 한다. 복수담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조교사만 늘린다고 하는 미봉책만 나오다 보니, 실제 보육 현장에선 능력 있는 교사들이 점점 노동 환경에 지쳐 떠나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서진숙 의장도 “한 명의 교사밖에 없어서 조언이나 견제가 되지 않는 환경은 문제적”이라고 말하며 “아동학대나 유사 행위가 일어났을 때 막을 수 있는 건, 옆에 있는 또 다른 교사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서진숙 의장은 또한 과도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업무 배치 역시 문제라고 말했다. “동두천 사건의 경우, 보육교사가 근무한 지 2주 밖에 안 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책임감이 요구되는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적정한 노동과 적정한 인력 배치가 되지 않았다.”
서울 영육아교육보육포럼 김영연 대표는 “CCTV를 설치한다고 아동학대가 방지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었는데, 결국 그렇게 된 후로 교사들에겐 아이들의 안전한 증거 사진을 기록하는 업무만 늘어났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실질적으로 돌봐야 할 시간에 폰 들고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본질은 어디 갔냐”며 보육 현장이 누굴 위해 돌아가고 있는지 꼬집었다.
김호연 보육시설비리 고발센터장은 “단지 아이들이 좋아서, 아동인권을 위해서 일해 보려고 교사가 되었는데, 지금 우리 교사들은 살인자가 되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동환경과 처우가 좋지 않으니 오래 일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고, 그 빈자리를 학교를 갓 졸업하고 필드 경험이 없는 신입 교사들이 채운다. 그들과 경력이 단절되었던 여성들이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영유아 5~6명을 돌보고 있으니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한 환경이다.”
부모의 노동환경도 개선돼야 아이들이 안전해질 것
교사들이 학부모와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치하는 엄마들’ 조성실 공동대표는 “정부 지자체 기관들이 아동의 안전과 인권을 위한 역할을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서류 작업만으론 부족하다”며 “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상시적인 관리 감독과 견제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조성실 대표는 “어린이집운영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참여자는 “운영위원회가 교사들의 빽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제가 근무했던 어린이집의 문제를 내부 고발할 수 있었던 것도 운영위원회 어머니들을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환경을 보고 경험함으로써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이해하게 되고 도와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엄마라고 밝힌 참여자는 “실질적으로 교사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노동환경 때문에 어린이집 관련 활동이나 교사와의 접촉이 어렵다는 것이다. 운영위원회 활동도 ‘학부모의 참여’라고 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들여다봤을 때 ‘엄마’ 즉 여성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하는 여성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남봉림 대표(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사회)는 보육교사의 노동환경 뿐 아니라,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아이의 삶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부모의 노동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일하는) 학부모를 위해 노동조건의 변화를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보육-교육 분야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7월 25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긴급좌담회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를 열었다. ⓒ일다(박주연)
‘~하지마’ 교육으로 아동학대 예방할 수 있나
서진숙 의장(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교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사건이 재발되고 있다는 것은 (대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교사 인성교육과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 심지어 아이도 만지지 말라’는 식으로 교육하는 아동학대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아동인권에 대한 관점과 교육철학을 갖게 하는 게 아니라 ‘~하지마’ 식의 아동학대예방교육이 정말 좋은 교사를 양성해 낼 수 있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 서진숙 의장은 “인권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동학대나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교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의 구조를 만들다 보니 “아동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교사를 양성해야 하는데, 인원조차 채워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교사를 양성해 낼 수 있을지” 반문했다.
김영연 대표(서울 영육아교육보육포럼)는 “교사 양성 과정에 전환이 필요”하다며 “보여주기 행사로 인력을 낭비하고 서류 작업과 행정 업무에 많은 노동 시간을 소요하게 되면, 아이와 함께 하는 삶과 교육에 철학적 관점을 가질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남봉림 대표(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교사회)도 “아이에게 웃어줄 마음을 여유를 가지고 싶다. 제발 아이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을 교사들에게 달라”고 호소했다.
통학차량 운행 자체에 대해 의문을 던져보자
보건복지부의 “두루뭉술한 대책 중 그나마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다. 이것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인데, “왜 애초에 통학버스가 필요한가?” 라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차량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차량 운행은 지극히 성인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진숙 의장(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은 “차량 이용이라고 하는 건 사실상 아침에 준비가 안 된 아이를 차량에 밀어 넣고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아동의 관점에서 이것은 비인권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복지조세 팀장 김남희 변호사 역시 통학버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영유아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고, 위험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유아교육기관에서 통학버스를 운행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교통안전청에서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통학버스 운영이 거의 없다.”
김남희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모든 차량은 비상시 안전벨트절단기 등을 보유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대피 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각 영유아에게는 각자의 체중 키 나이에 맞는 카시트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운전자들은 매우 엄격한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하고, 교육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실제로 영유아가 다니는 데이케어센터에서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일을 보기 어렵다.”
반면 국내에서는 “어린이 하차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20만 원 이하 벌금, 통학버스 운전자가 어린이 안전띠를 매도록 하지 않고 운전하거나,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미한 처벌에 그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규제 효과가 거의 없다.”
민간 어린이집에서 부모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량을 운영하다 보니, 운전자들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고 관리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지금 무조건 통학차량을 없애는 것이 수는 아니다. 도보로 갈 수 없는 어린이집을 통학해야 하는 가정들이 매우 곤란해진다. 질문은 ‘왜 집 근처에 어린이집이 없는지,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올 수 있는 환경이 왜 부모들에게 갖춰져 있지 않는지’의 문제로 다시 넘어가게 된다.
‘돌봄’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아동권도 취약해
좌담회 참여자들은 첨단의 ICT기술이 사람의 실수를 메꿔줄 순 있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핵심적인 부분은 따로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박은주 활동가는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그에 따른 보육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 없이는 어떠한 대책도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으며 아동인권의 보장도 기대하기 힘들다. 인권은 관계적 개념이며, 보육교사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아동의 인권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저출산(저출생)’이 문제라며 올해도 26조가 넘는 예산을 배분했지만, 출산율은 오르긴커녕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지 안전하게 책임지지는 않는 사회, 학부모와 어린이집과 교사들이 충분히 소통하고 신뢰하며 함께 아동의 교육을 꿈꿀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출산율이 오르길 기대하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닐까? 아동 방치와 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와 대책을 찾기 위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박주연)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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